[CEO의 일과 삶]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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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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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바둑 즐기다 보면 ‘경영의 手’ 보이죠

바둑 애호가 사이에 회자되는 격언 중에 ‘기자쟁선(棄子爭先)’이란 말이 있다. ‘긴요치 않은 돌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는 뺏기지 말라’는 뜻으로 작은 이득을 탐하기보다 싸움의 주도권을 항상 쥐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재계 전문 인터넷 사이트 ‘재벌닷컴’이 2007년 국내 400대 비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조사한 결과, 평가액 1위(4367억 원)에 선정되며 유명해진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59)은 업계에서 ‘골프 안 치시는 회장님’으로 통한다. 골프를 안 하는 이유를 묻자 “연습장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장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바둑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규 사업을 구상하거나 그룹에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반상 앞에 앉는다.

○ 싸움 바둑 즐기는 아마 5단 회장님

“바둑 실력이요? 1급 정도 됩니다. 아마추어 5단 정도로 보면 될 겁니다.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는 나름 상위권일 것 같습니다. 친한 CEO 중에서도 맞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룹 내에서도 그렇고….” 장 회장의 대국 스타일은 ‘싸움 바둑’에 가깝다. 두텁게 집을 짓고 상대 공세를 막아내기보다는 상대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끝내 대마를 잡아내는 편을 더 즐긴다. “집짓기 바둑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승패가 확실해서 100집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승부욕을 끌어올리려고 점심 내기라도 반드시 거는 것도 승부를 즐기는 장 회장의 대국 방식이다.

고등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바둑이 현재 아마추어 5단 수준이라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바둑 애호가로 꼽힌다. “지키는 바둑보다는 싸움 바둑을 즐긴다”는 장 회장은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대국을 하게 되면 반드시 내기를 거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고등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바둑이 현재 아마추어 5단 수준이라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바둑 애호가로 꼽힌다. “지키는 바둑보다는 싸움 바둑을 즐긴다”는 장 회장은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대국을 하게 되면 반드시 내기를 거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세를 취해 주도권을 가져오고 여세를 몰아 상대를 몰아붙이는 장 회장의 대국 스타일은 최근 몇 년간 교원그룹의 행보와 묘하게 겹친다. ㈜교원구몬의 ‘구몬 학습’, ㈜교원의 ‘빨간 펜 선생님’ 등 방문학습을 주력으로 하는 교육업체 이미지가 강했던 교원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교원L&C를 성장엔진으로 삼아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교원L&C는 전기 사용량을 줄여주는 온수 순간 가열기능과 위생 관리가 간편한 스테인리스강 저수조 등을 장착한 ‘웰스 정수기’를 출시하고 정수기 렌털 시장 점유율 확대에 포문을 열었다. 아직 그룹의 주력 부문인 교육 사업에서는 전자책(e북) 사업과 온라인 학습 사이트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노인 대상 헬스케어 서비스와 보험업 등 금융 분야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기업도 바둑처럼 혁신 없으면 도태”

요즘도 장 회장은 짬이 날 때마다 자택에서 케이블 TV 바둑 전문 방송을 보면서 프로 기사들이 내놓는 새로운 수를 연구하곤 한다. 예전엔 혼자 기보를 보고 착점하며 새로운 수, 앞선 수를 연구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았지만 그룹 살림이 커지면서 요즘은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휴일이면 이른 아침 집을 나서 근처 기원에 가서 오후 11시, 12시가 되도록 손에서 바둑돌을 놓지 않는다. 반상 위에서 한판 대국을 벌여보고 싶은 프로 기사는 ‘국수(國手)’ 조훈현 9단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후천적으로 학습할 수 없는 예술적 기질을 타고나듯 조 9단은 바둑을 두는 ‘기재’를 타고난 기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11월 창립 25주년을 맞는 교원그룹은 2008년 ‘비전 2015’라는 그룹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창립 30주년이 되는 2015년까지 현재 1조1000억 원 수준인 그룹 매출을 3조 원대로 끌어올리고 고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이 야심 찬 계획의 성공 여부는 그룹의 ‘혁신’ 수준에 달려있다고 장 회장은 설명한다. “바둑과 기업 경영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늘 새로운 수를 연구해야 바둑 실력이 유지되듯, 기업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혁신하지 않고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 회장은 비전 2015를 실현하기 위해 각 사업 부문에 책임경영제를 정착시키고 고객관계관리(CRM) 및 전사적 자원관리(ERP) 체계를 구축해 기존 사업부문의 매출을 2조 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머지 매출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규 사업부문에서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 기업 실속은 채우고 인재에 무한 투자

반상 위에선 싸움을 즐기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무모한 도전을 경계한다. “아마추어 기사가 프로 기사 흉내를 내면 결국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신속한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경영을 강조하지만 결코 무리한 확장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신규 사업을 찾을 때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시너지가 적은 업종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교원그룹은 업계에서 그룹 부문 간 계열화가 치밀하고 외부 차입자금이 적은 편이다.

교원은 교육부문에서 출발한 기업답게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교원보다 덩치가 훨씬 큰 기업들도 보유하지 못한 호텔급 자체 연수원을 제주, 경북 경주, 강원 낙산, 충남 도고 등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다. 전북 남원에도 내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연수 휴양시설을 짓고 있다. “우리는 ‘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회사’입니다. 전국 3만여 교원 가족이 2시간 내에 도달해 교육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연수 인프라가 내년 말이면 완성되는 셈입니다. 혁신의 시작은 인재 육성인 만큼 앞으로도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작정입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장평순 회장은

―1951년 충남 당진 출생
―1968년 인천고 졸
―1978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
―1985년 교원 설립
―1999년 국무총리표창
―2004년 대통령표창(책의 날 기념)
―2007년 옥관문화훈장(책의 날 기념)
―㈜교원구몬, ㈜교원L&C 대표이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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