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山은 ‘석세스 투게더’ 일깨우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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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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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

“현장에 모든 답 있다” 지론
타사 매장도 월 2, 3회 들러
20년 등산서 얻은 소통의 기술
공동목표 향한 직원 역량 모아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20년 동안 적어도 주 1회 등산을 즐겨 온 등산 마니아로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에는 등산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 사장과 부인 서명해 씨가 지난해 봄 한라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20년 동안 적어도 주 1회 등산을 즐겨 온 등산 마니아로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에는 등산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 사장과 부인 서명해 씨가 지난해 봄 한라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최고경영자(CEO)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59)은 ‘현장 경영’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의 사무실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액자에 있는 문구가 ‘의사결정을 위한 모든 정보는 현장에 있다’일 정도다. 그는 2009년 1월 1일 부임한 뒤 ‘오전 결재, 오후 현장’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의 백화점을 둘러보기도 한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들이 알면 놀라겠지만 하 사장은 혼자 매월 2, 3차례 롯데나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한다. 백화점 3사가 자존심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두 백화점의 잘하는 점을 현장에서 직접 배우기 위해서다. 간혹 다른 백화점 직원이 알아볼 때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는 “남이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배울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닳아서 버린 등산화가 3켤레

남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세태, 또는 자기 홍보가 당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겸손’은 칭찬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겸손하다. 그의 이런 성품은 산을 좋아하는 데서 나온 듯하다. 하 사장은 산을 오르는 일을 20년간 해왔다. 시간 날 때마다, 최소 주 1회는 반드시 등산을 한다. 튼튼하기로 소문난 등산화도 지난 10여 년 동안 닳아서 버린 게 3켤레고, 지금 가지고 있는 3켤레도 조만간 바꿔야 한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전국의 20여 곳 명산(名山)은 직원들과 함께 월 1회 정도 오르고, 서울 근교의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은 주로 아내 서명해 씨(54)와 함께한다. 서 씨 역시 현대백화점 등산동호회에서 ‘실세 회원’으로 활약할 만큼 산을 좋아한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행운이란다. 그에게 등산은 자신의 건강을 챙겨주고, 친구나 동료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며, 가족관계도 좋게 해주기 때문에 ‘1석 3조’다.

하 사장은 “예전에 수없이 오르던 산이지만 CEO가 된 뒤로는 산행에 대한 ‘해석’도 조금씩 달라지더라”며 “산을 오르는 일은 많은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기업 운영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등산을 통해 기업 구성원 간 스킨십이 이뤄지고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공동의 목표의식이 뚜렷해진다는 것. 등산을 가장 추천하긴 하지만 등산뿐만 아니라 사내 동호회 활동에 하 사장이 적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석세스 투게더(Success Together)’로 석탑산업훈장

등산이면 더 좋겠지만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그의 핵심 키워드는 ‘석세스 투게더’다. ‘다함께 성공하자’는 이 같은 모토는 자기 자신이 아닌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하 사장은 “현대백화점의 모든 직원은 물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결집한 역량에 대한 자신이 있다”며 “어떤 문제든 우리 앞에 닥친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안 되는 것은 하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 즉 ‘임자, 해봤어?’란 말로 대변되는 현대그룹의 기업 문화가 그에게도 녹아 있는 셈이다. 하 사장은 석세스 투게더로 우수한 기업문화를 창출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08년 정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 2010년 현대백화점 2배 성장의 출발점

지금 현대백화점은 어느 때보다 석세스 투게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3년 정지선 회장 취임 후 지난해까지 7년간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해 ‘소리 없는 경영’을 펼쳐왔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진다. 현대백화점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을 공격경영 원년으로 선포했다. 2016년까지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백화점 규모를 현재의 2배로 키울 계획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회사의 역량을 결집해야 하고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CEO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 사장은 눈앞에 닥친 현대백화점의 상황을 ‘하병호식 등산법’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 시작 후 20분 동안은 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만 호흡해 숨을 가다듬은 뒤 그 상태가 편안해지면 입과 코로 동시에 호흡하면서 쉬지 않고 산에 오른다”고 했다. 지금 현대백화점의 상황은 코로만 호흡하던 것을 멈추고 코와 입으로 숨을 쉬면서 쉬지 않고 전진할 때라는 것이다. 하 사장은 “물론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 정상에 오르면 그는 늘 회사의 번성을 빈다고 한다. 회사와 개인과 가정과 나라가 모두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너무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소원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거나 웃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꺼내든 것이 한국조폐공사가 최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모델로 만든 한국의 인물 주화다. 주화의 뒷면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정 회장의 평소 지론이 담겨 있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하병호 사장은
:

― 1951년 전북 익산 출생
― 1979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1996년 현대백화점 천호점 잡화 팀장
― 2001년 현대백화점 광주점장
― 2003년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 (전무)
― 2007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
― 2009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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