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美점진적 ‘양적 완화’로 환율 갈등 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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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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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 3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차 양적 완화 규모와 스케줄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일부 경제학자와 FRB 내 인사의 양적 완화 반대론 또는 무용론은 여전하다. 인플레이션만 자극하고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견해가 만만찮은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규모와 국채 매입 방식에 대해 이런 저런 전망을 내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의 의지가 여러 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규모에 대한 기대가 줄고 있지만 대체로 총규모 5000억∼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버냉키 의장과 FRB 이사들에게 걸림돌이 생겼다.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시장결정 환율 제도로의 이행과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에 대한 경계를 합의했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규모를 시장 컨센서스보다 작게 하면 시장이 충격을 받게 생겼고 반대로 규모를 늘리면 합의를 무시한다는 비난과 함께 환율 갈등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릴까. 필자는 버냉키 의장과 FOMC가 대규모의 국채 매입을 선언해 대외적 비난을 감수하기보다 소규모의 국채 매입을 회의 때마다 결정해 총규모 측면에서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까지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론 별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시장 기대를 유지시키고 각국에서 급격한 자국 통화 절상 위협을 덜 느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대규모 양적 완화론이 득세하던 8, 9월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연준에서도 무리한 결정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결정될 경우 유동성 장세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나타날 여지는 많다. 미국 내에서 채권과 주식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특히 양적 완화의 직접적 혜택을 받는 채권의 가치 하락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한국 역시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자산 매수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원화 가치 하락, 주가 및 채권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하락 이후에 글로벌 주식시장, 특히 원화 가치와 주가는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복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결국 미국 경제가 시장 일각의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미국이 글로벌 환율 갈등을 조장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채권 가치 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양적 완화의 목표가 인플레이션 기대의 확대에 있고 채권 가치는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우리나라 채권 가치가 급락할 여지는 적다. 이런 경우 국내 자산가치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 판단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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