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일본… 첨단산업도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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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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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조입국 깃발 무색
엔高-높은 세율에 “기업 못해”
LED-태양전지도 엑소더스

일본의 첨단제품 제조기업이 자국 생산을 포기하고 해외로 향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싼 임금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생산을 포기한 기업은 대부분 기술력보다 노동력에 의존하는 한계기업이었다. 주간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는 “엔화 강세와 낙후된 기업환경이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와 같은 첨단제품 기업마저 해외로 내몰고 있다”며 “이제는 제조입국의 깃발을 내려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 일본 등지는 첨단기업

‘캐롤라 너마저….’ 이달 중순 도요타자동차가 인기 차종인 캐롤라의 국내생산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국민이 보인 반응이다. 도요타는 곧바로 “캐롤라의 해외생산 방침은 정해진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어든 데다 내년 가을 미국 미시시피 공장이 가동되면 국내생산 중단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닛산 역시 올해 경승용차 ‘마치’의 생산라인을 모두 태국으로 이전하고 ‘태국산 마치’를 역수입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의 해외공장 이전은 부품회사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다마가와 정밀’은 1938년 창업한 이래 고수해온 ‘국내 공장 고수원칙’을 포기했다. 자동화기기용 모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관련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0%다. 하지만 거래업체의 끈질긴 가격 인하 요구에 결국 해외생산을 선언했다.

세계 액정패널 제조장치 점유율 90% 이상을 자랑하는 ‘알박’도 현재 30%인 해외생산 비중을 2015년까지 60%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생산을 고집하던 LED 제조장치와 태양전지 제조장치도 앞으로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제조장비 제조업체인 ‘어드밴스트’와 액정패널 제조업체인 ‘샤프’도 올해 들어 잇달아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 이전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생산을 하더라도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핵심 공정은 일본에서 마치고 해외에서 조립 생산했으나 소비지에서 제품을 일관 생산함으로써 얻는 비교우위를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 한국의 10년 뒤 모습

알토란 같은 일본 첨단제조업체의 탈(脫)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최근 두드러지는 엔화 강세의 영향이 크다. 2007년 6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130엔이었던 엔화가치는 현재 80∼81엔대로 치솟았다. 2년 4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40%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도 환율 전망을 당초 90엔대에서 80엔대로 재조정하고 있다.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공장의 해외이전을 부추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환율 못지않게 고임금과 높은 법인세 등 기업하기에 불리한 일본의 기업환경이 일본을 등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효 법인세율이 40%로 경쟁국보다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마저 높아 기업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밝은 일본 다마대 김미덕 교수(경제학)는 “일본이 제조업을 대신할 만한 대체산업이 출현하기도 전에 제조업 유실이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게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 못지않게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역시 10년 뒤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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