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재무장관 ‘경주 대타협’]코뮈니케 무슨내용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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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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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좁힌 선진-신흥국… 구체 실천안 합의는 숙제로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의 최대 현안이었던 ‘환율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왔다.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선 통상 경상수지 적자 문제만 주목하던 것에서 나아가 경상수지 흑자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경상수지 목표제’가 제시됐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부터 뜨거운 이슈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에 대해서도 재무장관들은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은 지금부터다. 큰 틀에서의 합의안은 나왔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상수지 목표제- ‘경상수지 목표’ 가이드라인 정해 각국 모니터링

한국이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을 해결하는 중재안으로 제시한 ‘경상수지 목표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경주 회의에선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큰 폭의 불균형이 지속된다고 평가될 경우 그 원인을 평가한다’ 등과 같은 모호한 원칙에만 합의했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등 경상수지 흑자국은 당장 “흑자를 내는 게 왜 문제냐”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목표제가 단순 선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속 가능한 수준’에 대한 범위도 애매모호하다. G20 정상회의가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협력체계)’를 약 2년 동안 찾아왔던 점에 비춰보면 지속 가능한 수준은 한동안 그 범위를 정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목표제가 명실상부한 환율 대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을 미국 주장대로 4%로 확정한다면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는 국가는 자국 통화 평가 절상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합의한 내용을 지키게 만드는 압박 카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선언만 하고 지키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재무장관들은 IMF가 지속 가능성 진척 상황과 환율 정책에 대해 평가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놨다. 하지만 경상수지 목표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무장관 회의 폐막 직후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마련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환율- 위안화 절상 계기 마련… 강제규정 없어 한계

애초 해결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환율 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환율 전쟁의 당사자가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절충안을 만든 덕분에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성명서에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시장 결정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 선진국(기축통화국 포함)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장 결정 환율제도로 이행한다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6월 말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시장 지향적 환율제도(market oriented exchange rate system)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표현을 담아 시장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순응하도록 유도했다.

경쟁적인 통화 절하 자제는 최근 공개적으로 엔화 절하를 밝힌 일본을 염두에 뒀고,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경계한다는 표현은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한 미국에 던지는 문구였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과 관련해선 애초 한국이 만든 초안이 거의 100% 반영됐다. 모두 승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자도 아니기 때문에 20개국이 모두 합의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경쟁적인 평가 절하를 막자는 내용까지는 성명서에 담았지만 합의안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각국이 각종 핑계로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크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재무장관 회의 직후 ‘경주 합의로 인해 엔화 강세 추세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필요할 때는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IMF 지분- 한국 지분 18 → 16위… BRICs 모두 톱10 오를듯

IMF 지분 개혁은 큰 의미가 있다.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의 성명서가 발표된 23일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IMF 체제가 신흥개도국에도 발언권을 준 날로 기록해도 좋을 정도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은 (환율 중재를 이끌어 낸) ‘한국의 날’이지만 동시에 ‘IMF의 날’이기도 하다”며 “오늘 같은 IMF 개혁은 다시 있기 힘들 만큼 역사적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IMF 지분 개혁의 승자는 신흥국의 대표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이다. 지분 개혁이 완료되는 2012년이 되면 브릭스 국가들은 IMF 지분 기준으로 모두 10위 안으로 들어온다.

현재 1.41%인 한국의 IMF 지분 비율은 최고 1.8%까지 늘어나 순위도 18위에서 16위로 두 단계 높아진다. 하지만 지난달 IMF가 제시한 지분 개혁안에는 한국의 지분 순위가 15위(1.81%)로 지금보다 세 단계 높아지게끔 돼 있다.

▶본보 22일자 A1·2면 참조
“IMF쿼터 中 6→3위, 韓 18→15위”


이를 두고 의장국인 한국이 원만한 G20 운영을 위해 IMF 지분을 양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실무진 차원에서 합의한 쿼터 개혁안을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승인해야 최종적으로 끝난다. 이 때문에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각국은 ‘더 얻고’, ‘덜 잃으려는’ 경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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