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증시-부동산 기웃… 자산버블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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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 3% 붕괴 임박…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부동자금 645조… 위험자산에 쏠릴 땐 인플레 우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자산시장이 본격적인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물가상승률이 은행 예금금리를 앞지른 데 이어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금리마저 사상 첫 3%대 붕괴를 앞두고 18개월 만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갈 곳 잃은’ 단기 부동자금이 650조 원에 육박하며 증시와 부동산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에 지친 부동자금이 증시와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쏠리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본격화하면 국내 자산시장의 버블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국채도 실질금리 마이너스 돌입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8월 연 1.13%에서 9월 ―0.12%로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했던 지난해 3월(―0.21%) 이후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실질금리는 국고채 금리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뺀 수치. 5년 만기 국채의 실질금리도 8월 1.67%에서 지난달 0.31%로 급락하며 마이너스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석 달째 2.25%로 동결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밑돌며 15일 3.05%까지 추락했다. 5년 만기 금리도 3.45%로 급락하며 물가상승률에 추월당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경기둔화가 가시화하고 선진국의 양적 완화까지 겹쳐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대로 추락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 금리를 2.93%로 내렸다. 9월 말 3.08%에서 2주 만에 0.15%포인트 급락했다. 우리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0.1∼0.15%포인트, 적금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고 신한은행은 1년 만기 ‘월복리 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연 3.6%로 0.1%포인트 인하했다. 국민과 하나 기업 농협 등 다른 은행도 18일 금리조정회의를 열어 정기예금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 머니 무브 전초전…자산버블 우려

일본의 ‘제로 금리’에 맞먹는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하락의 여파로 은행권 수신 잔액은 8월 3조5000억 원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3조3000억 원이 감소했다.

반면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13일 현재 43조2444억 원으로 8월 말보다 1조 원가량 늘었고 고객예탁금도 같은 기간 2조 원가량 증가했다. 부동산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수도권 이외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을 주목했으며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645조 원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535조8000억 원보다 110조 원이나 급증한 상황. 이에 따라 부동자금이 한곳에 쏠리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시 과열이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동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한 것은 자금이동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며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고 전국적으로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국내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라고 진단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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