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폭등… 시민도 상인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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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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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대형마트 가보니 복숭아 한 개 4000원… 무 하나 3000원…

최근 야채, 과일, 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 한 주부가 낙지를 고르고 있다(왼쪽사진). 오른쪽사진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세계 이마트 은평점의 야채 매장.박영대 기자sannae@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야채, 과일, 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 한 주부가 낙지를 고르고 있다(왼쪽사진). 오른쪽사진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세계 이마트 은평점의 야채 매장.
박영대 기자sannae@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황학동 서울중앙시장. 도심의 대표적인 농수산물 재래시장이지만 행인이 많지 않았다. ‘안씨 과일상회’에 ‘복숭아 3개에 1만 원, 하나는 4000원’이라는 팻말이 붙었다. 한 손님이 가격만 물어보더니 “비싸다”며 자리를 떴다. 상인 이길순 씨(47)는 “요즘 안 오른 과일이 없다”며 “6개들이 토마토는 이틀 전만 해도 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3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너무 가격이 올라 마진을 줄여야 하는데 판매량만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 채소가게에서 판매하는 무는 지난해 개당 1400원 하던 것이 3000원으로 뛰었다. 배추도 포기당 3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이 가게의 주인인 김화숙 씨(60)는 “상추 깻잎 배추 등 대부분의 채소 값이 너무 올라서 평상시의 반도 못 판다”며 “안 오른 채소는 고추뿐”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수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고 많게는 3배까지 뛰었다. 서민 식생활이 팍팍해지면서 물건을 제때 팔지 못하는 상인들도 덩달아 울상을 짓고 있다. 본보는 27일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서울중앙시장과 이마트 왕십리점, 롯데마트 서울역점, 이마트 청계천점 등 4곳을 찾아가 봤다.

○ 가격 폭등…상인 매출도 반 토막

서울중앙시장에서 팔리는 오징어는 마리당 지난해 1000원에서 3000원으로 1년 새 3배로 올랐다. 도매가격도 1박스(25kg)에 3만 원대에서 9만 원으로 뛰었다. ‘왕박수산’ 박모 씨는 “지난해까진 하루 2박스는 팔았는데 요즘은 한 박스로 사흘이 가기도 한다”며 “여름엔 빨리 상하기 때문에 버리거나 밑지고 떨이로 판다”고 말했다. 미꾸라지도 1근(400g)에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박 씨는 “하루 평균 60만∼70만 원이던 매출이 가격 급등으로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이곳에 장보러 온 인근 식당 상인 박지순 씨(50)는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대뜸 “정치인이랑 윗사람들이 다 썩어서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고 우리 서민들은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진행된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를 말하는 것이었다. 4000원짜리 백반집을 운영하는 그는 “밑반찬으로 오징어무침을 많이 내놓았는데 요즘은 오징어가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 밥값도 못 올리는데 반찬값이 너무 올라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참 망설이다 5000원에 7마리인 가자미를 한 마리 더 얹어 1만 원에 15마리를 사갔다.

인근에 있는 ‘경기수산’은 30년째 영업했지만 최근 폐업했다. 시장 곳곳에 임대 안내 전화번호가 붙은, 문 닫은 점포가 보였다. 수년 전까지는 내놓기가 무섭게 가게가 나갔는데 요새는 몇 개월째 빈 곳도 있다고 상인들이 귀띔했다. 맞은편 과일가게는 올여름 아예 ‘휴업’ 중이다. 판매량이 적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그냥 쉬는 게 낫다는 것이다.

○ 봄 이상저온, 여름 이상고온이 원인

자리를 옮겨 이날 오후 5시 반 대형마트인 이마트 왕십리점. 장보러 나온 주부 정미경 씨(40)는 “시금치 구경한 지 오래됐다”며 채소 코너를 뒤졌지만 한 단에 299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기겁했다. 정 씨는 “재래시장에서도 1500원 하던 것이 최근 2500원까지 올랐지만 3000원은 너무한다”며 결국 시금치 구입을 포기했다.

농산물 가격 폭등은 소비 성향까지 바꾸고 있다. 주부 정인수 씨(42)는 “올여름 수박이 너무 비싸 작년의 반도 못 먹어봤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요리해 만들어 먹는 것보다 인스턴트 상품을 사는 게 더 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채소를 사서 직접 스파게티 소스를 만드느니 가공된 소스가 더 싸다는 것이다. 권오진 이마트 팀장은 “1인당 쇼핑 금액은 큰 변화가 없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판매 물량은 줄었다”며 “수박도 1통이 아니라 반 통 또는 부분 포장된 것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김지선 씨(33)는 “시부모님과 함께 추석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30만 원 정도로 준비했지만 올해는 턱도 없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영구 연구원은 “올봄은 이상저온, 여름은 이상고온 및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9월까지 이상고온이 계속된다면 농산물 가격이 당분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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