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보다 전자제품 보내는게 이익” 외국인노동자, 전자상가 쇼핑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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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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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 싸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 고객이 늘더군요.”

다양한 전자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내·외국인에게 두루 인기가 많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선 달러당 원화 환율이 치솟을 때(원화가치 하락)마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몰려와 지갑을 열기에 바쁘다.

전체 매장 중 3개 층(3∼5층)을 디지털전문점으로 운영하는 용산역 현대아이파크몰이 대표적인 사례. 매장 방문고객의 40%가량이 외국인인 이곳은 평일이면 DSLR카메라, 노트북 등을 구입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만 주말이 되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아진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이곳에서 구입하는 제품은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조립 PC 등으로 유행이 다소 지났어도 저렴한 중저가 모델이 인기 있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가 인편이나 국제우편 등으로 고국의 가족에게 보내진다. 가족 선물도 적지 않지만 현지 시장에 내다팔려고 구입하는 물건도 많다.

원화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자제품 구매가 느는 것은 이들의 송금 방식 때문이다. 이들은 통상 원화로 지급받은 급여를 달러로 평가한 금액을 고국 은행으로 송금하고 가족들은 이를 현지 화폐로 인출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급여의 달러 환산 평가액이 떨어져 한국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사실상 까먹게 되는 것. 이럴 때를 대비한 ‘환헤지 상품’이 바로 한국에서 전자제품을 사서 모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방법이다.

개도국에선 각종 수입관세나 현지 유통상의 높은 마진율로 똑같은 전자제품이 한국에서보다 10만∼30만 원은 비싼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전자제품을 사 보내 현지에서 내다팔면 직접 송금할 때보다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구입하는 전자제품의 40%가량은 현지 재판매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1500원대를 넘나들던 2008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자제품 구입 열기가 절정을 이뤄 용산전자상가의 일부 매장은 아예 제품을 해외로 배송해 주는 국제특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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