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인도 제쳐두고 한국에 직접투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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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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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스마트 파워’에 끌렸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는 삼성SDI와 공동으로 울산시에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 양산 공장을 설립해 2011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현재 1단계 공장이 완공됐고, 2015년까지 총 5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관심을 보인 보쉬가 미국이나 독일, 중국 등을 공장 후보지로 고려하다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을 가진 삼성SDI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보쉬 관계자는 “삼성SDI와의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고려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처럼 인건비가 싸지도, 소비 시장이 크지도 않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FDI가 세계 주요국과 달리 소폭 증가할 만큼 선방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대기업의 힘’이었다. 여기에 우수한 인적자원과 인프라, 정부의 각종 지원도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이끌고 있다.

○ 대기업은 외국인 투자 유치 선봉장

KOTRA가 전 세계 FDI의 85%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28개국의 FDI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FDI는 전년 대비 17.1% 감소한 1조3605억 달러, 2009년에는 36% 감소한 8707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FDI는 2008년(117억 달러)에는 전년(105억 달러)에 비해 11.4% 증가했고, 2009년에는 114억 달러로 2.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 FDI는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한국은 소폭 증가한 것.

상당수 외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한국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제조업체인 일본의 아반스트레이트는 경기 화성에 유리기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데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대 수요처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아반스트레이트 관계자는 “LCD 유리기판의 최대 고객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인데 이들 공장이 한국에 있고, 한국에 공장을 설립해 달라는 고객사의 요구도 있었다”며 “LCD 유리기판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 요구사항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고 말했다. 아반스트레이트는 해외 공장 중 한국이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화성에 가장 앞선 기술인 8세대 LCD 글라스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도레이와 미국의 엑손모빌이 합자한 도레이토넨은 구미에 3억2500만 달러를 투자한 전지 분리막 생산 공장을 완공해 시범생산을 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의 수요가 도레이토넨의 투자를 이끌었다. 미국의 반도체 전문업체 MEMC도 충남 천안에 반도체용 300mm 실리콘웨이퍼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이 한국 투자의 주요 원인이다.

○ 우수 인력·인프라도 FDI 이끌어

GE헬스케어는 지난해 바이오 리서치 콤플렉스와 GE글로벌 유비쿼터스 헬스 R&D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인천과 싱가포르를 저울질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GE헬스케어는 뛰어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숙련된 IT 엔지니어가 많은 점을 꼽았다. 시장 규모가 월등히 큰 중국이나 인도는 기초적인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단계지만 한국은 이미 첨단 헬스케어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투자의 요인.

일본의 도레이는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과 저울질하다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이 자동차 조선 등 탄소섬유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또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중요한데, 한국의 전력 인프라가 우수한 것도 투자 이유로 꼽혔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한국 수출 대기업의 후방 분야에 많은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납품을 함으로써 한국 제품이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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