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예금금리, 저축은행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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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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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4.3% 상품 내놔… 금리 역전현상 뚜렷
주요 저축銀 4.2%대… 지방 일부분 예금이탈 조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저축은행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예금금리가 저축은행의 금리를 넘어서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는데도 저축은행들이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예금금리 인상에 주춤하는 사이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시중은행 예금금리 저축은행 앞질러

5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10위권인 대형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연 4.0∼4.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기준으로 최대 규모인 솔로몬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0%로 가장 낮았으며 토마토 한국 현대스위스 등 서울과 경기 지역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연 4.2%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곳은 HK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중순 이후 정기예금 금리를 0.1∼0.5%포인트씩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은 기본금리 3.7%에 3000만 원 이상을 예금할 경우 0.6%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얹어준다. 최대 연 4.3%로 웬만한 저축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다. 이 은행에서 이달 말까지 판매하는 특판예금상품의 경우 최고 4.6%까지 금리를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를 최고 0.3%포인트 올렸다.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고 4%대 초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키위정기예금’ 역시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4%에 육박하는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부산 전북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역시 대형 저축은행보다 높거나 비슷한 연 4.0∼4.1%로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 저축은행 예금 이탈 가속화 우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시중은행에 비해 1∼2%포인트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안정성 면에서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에 밀리는 저축은행들은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실제 올 4월까지도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예금금리 차는 1.2%포인트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차이는 5월 0.67%포인트, 6월 0.52%포인트로 갈수록 줄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이처럼 금리 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저축은행이 섣불리 예금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자를 주고 예금을 유치하더라도 마땅히 운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보장해주던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이 커진 데다 개인 신용대출도 최근 금리 인하 분위기로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 차가 좁아지면서 저축은행의 예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저축은행 수신은 올 4월 77조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5월 76조8000억 원, 6월 76조4000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공격적인 예금금리 인상으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예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가 계속 줄어들면 저축은행들도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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