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받고 쓴 체험기에 소비자 눈뜨고 낚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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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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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에게 제품 무료 제공 뒤 상품후기 쓰게 하고 돈 주고…

“샘표 소면은 진공상태에서 밀가루를 반죽해 내부 조직이 더 치밀해요. 쉽게 붇지 않죠. 샘표 진공반죽 소면과 국시장국만 있으면 손님맞이 잔치도 벌이겠네.”

“늘 먹던 두부조림을 이번에는 멸치액젓을 넣고 만들어봤어요. 제주 최남단 모슬포항의 살이 풍부한 모슬포멸치로 자연숙성시켜 더 깊은 맛을 낸 청정원 모슬포 멸치액젓을 넣고 만들었어요.”

“역시 하림은 달라요. 직접 사육해서 당일 생산 출고하고 위생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대요. 그래서 닭! 하면 떠오르는 건 하림인가 봐요.”

인터넷에서 국수, 두부조림, 삼계탕 레시피(요리법)를 검색하자 결과로 나온 블로그에 적힌 글들이다. 제품 광고와 큰 차이가 없다. 친근한 말투로 조리법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문구를 끼워놓았다.

○ 제품이나 돈 받고 상품 리뷰

최근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영역이 급성장하면서 개인 이용자와 기업 간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식품, 화장품, 가전 등 제조업체를 비롯해 홈쇼핑, 온라인몰 등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체험단’ 형식으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사용후기를 작성하게 하거나 금전적인 대가를 지급한다. 소비자들이 업체의 제품 설명보다는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와 사용후기를 참고해 구매 결정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누리꾼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파워블로거’를 관리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한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파워블로거에게는 제품을 무료로 주는 것은 기본이고 사용후기 건당 얼마씩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파워블로거들이 ‘우리 애가 참 잘 먹는다’는 식의 체험형 후기를 쓰고 공동구매에 나서면 상당한 주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블로거들이 제품을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개인적인 체험처럼 글을 쓰면서 제품 사진과 상품 자랑을 교묘하게 전한다는 점이다. 화장품 분야의 한 파워블로거는 “화장품 회사에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진은 일정 크기 이상이어야 하고, 제품 특징을 담은 문구는 꼭 넣어 달라는 등의 지침이 내려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장품 분야의 한 유명 블로거는 업체에서 상품 리뷰 한 건에 50만 원씩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관련 카페 등에서 퇴출됐다.

○ 美, 대가받고 제품 리뷰땐 규제 방침

소면 체험단 300명을 선정한 한 식품업체는 이들에게 ‘소면 리뷰’ ‘비빔국수 레시피 올리기’ ‘소면을 이용한 다양한 국수요리법 올리기’ 등 세 가지 임무를 주고 이를 수행한 이들에게 온라인몰 적립금, 김치냉장고 등을 증정했다. 회사 측은 이들에게 “블로그에 제품에 대한 알찬 설명과 사진을 쓰면 점수가 올라가며, 레시피를 공개할 때 사진 1장 이상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소면 제품명으로 검색했을 때 블로거 10명 중 3명만이 ‘체험단으로 선정됐다’ ‘업체에서 제품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었다. 또 블로거 10명 모두 제품이 들어간 사진, 업체 로고를 올리거나 홈페이지에 링크를 걸어놓았다.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TC)는 기업에서 대가를 받고 특정 제품에 대한 리뷰나 의견을 개진하는 소셜 미디어를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실린 제품의 리뷰에 ‘스폰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대해 국내에서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이창옥 거래조사팀장은 “FTC의 가이드라인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관련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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