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상장 국내 토목설계 강자 도화종합기술 성공비결

  • Array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 대우, 평생 함께” 가족처럼 결속

최근 6년간 1년을 제외하곤 줄곧 업계 매출액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점유율이 단독으론 20%, 계열사를 합하면 30%에 육박한다. 영업이익률은 평균 11%로 동종업계 2, 3위 업체의 2배를 넘는다. 미래성장가치를 더 높게 쳐주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아닌데도 공모가가 2만∼2만3000원(액면가 500원)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여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보면 2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처럼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는 곳은 다음 달 12일 코스피에 상장 거래될 국내 토목설계 업계의 강자 도화종합기술공사다. 1950년대 후반 전후(戰後) 복구의 열기 속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건축·건설 업계에 토목설계 업종을 처음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다음 달 3, 4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12일 상장되는 일정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물 올리는 일 빼고는 다 한다

건설 하면 대부분 이름이 익숙한 대형 건설회사만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토목설계 분야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하지만 항만, 교량, 고속도로,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들어서려면 타당성을 검토하고 땅을 고르고 목적에 적합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회사가 건축물을 올리면 이후 문제가 없는지 감리를 하는 일도 있다. 토목설계 업체들은 건축물을 올리는 일 빼고는 다 한다.

도화가 지금까지 손을 댄 SOC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한국의 수많은 고속도로와 국도 설계, 부산항을 비롯한 28개 무역항과 17개 연안항의 개발 및 정비, 경부고속철도 설계, 부산 대전 전주 인천 등지의 상하수도 시설 설계, 암사대교 화명대교 설계, 진주 남강 다목적댐 설계, 강원 고성군 폐기물 종합처리시설 설계, 전주 하수처리장 감리 등이 대표적이다.

김영윤 회장은 “광복 직후에는 공무원들이 설계 일까지 맡아 했지만 도화가 전문 토목업체를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업종이 세분되고 전문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그런 점에서 도화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05년만 빼고 국내 토목설계 업계 매출액 1위를 지켰다. 지난해 매출액은 3087억 원, 영업이익은 32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6%나 되며 당기순이익은 288억 원이다.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10.9%에 이른다.

김 회장은 “다른 회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비결은 기술력 높은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자신이 있고, 그 덕분에 전통산업인데도 20만 원이 넘는 공모가가 형성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증시에 신규 상장된 42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가 20만 원을 넘은 곳은 8개뿐(기업인수목적회사 3개 포함)이다. 생명보험업계의 선두주자 삼성생명, 밀폐용기 하나로 아시아권 주방을 지배한 락앤락, 원전 계측기 업체인 우진을 빼면 모두 IT 기업들이다.

○끈끈한 조직문화가 최대 강점

이 회사에는 70세가 넘은 고문이 10명 넘게 있다. 장기 근무하다 퇴직한 사원들로 신입 직원들의 교육을 책임진다. 토목설계 업계에서는 드물게 1988년 공채시스템을 도입한 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거르지 않고 신입 직원을 뽑고 있기에 교육을 담당할 경험 있는 조련사가 필요하다.

▼ 시장점유율 30%… 영업이익률 동종업계 2배 ▼

김 회장은 “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해주고 ‘평생 함께 간다’는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설계 업계는 기술로 승부하다 보니 이직률이 높은데 도화의 전체 직원 1840명 가운데 1600명이나 되는 기술 인력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이윤한 사장은 “100년을 넘어 계속 살아남을 기업이 되기 위해 이런 조직문화를 공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1957년 설립돼 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회사가 부도날 위기에 처했던 단 한 번의 경험이 인력 유출에서 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중동건설 붐이 일면서 대형 건설회사들이 토목설계 인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도화에서도 당시 70명에 이르던 간부급 기술 인력이 좋은 조건에 건설회사로 빠져나갔다. 도화는 1975년부터 3년간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었다. 이때 창업주인 고 김해영 회장이 중동진출 경험이 있는 곽영필 전 회장에게 기업을 넘겼고, 이후 매년 수주액이 배씩 늘었다. 도화는 다시 살아났다.

현재 도화의 대주주는 3명이다. 최대주주인 곽 전 회장이 29.96%, 유재소 전 회장이 14.32%, 김 회장이 12.87%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그 흔한 지분 다툼이나 재산권 분쟁 없이 사이좋게 사장-전무-상무 혹은 회장-사장-전무로 일하다 차례차례 은퇴 수순을 밟았다.

먹고살 만하고 회사가 성장하면 됐지 앞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늘릴 생각이 없다는 게 이 회사의 경영방침이다. 직원이 성장 과실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야 기업이 100년 역사를 넘어 영속기업이 될 수 있다는 곽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남는 지분은 회사를 위해 고생한 임원들에게 1∼7%씩 나눠줬는데 상장 이후 이들이 주식을 팔 생각이 있다면 회사에 시가로 넘기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야 앞으로 고생하게 될 다른 임원들에게도 주식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