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기업 책임론’ 해법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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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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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30일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5조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고용과 투자 등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일 강조하는 등 정부 기류가 ‘대기업 몰아붙이기’로 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8일 서울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조찬강연에서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5조 원이라는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이를 보고 (삼성전자가)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고 말하며 삼성전자를 콕 찍어 지적했다. 삼성으로선 실적 발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측은 29일 “실제 실적은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잇따른 대기업 압박에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그룹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계속 대기업 견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묵묵부답할 수도 없고 이른 시간에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까지 좋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관련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2가지 기류가 감지된다. 우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의 발언이 ‘친서민 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정치적인 공세이니만큼 일단 대책을 내놓고 ‘소나기를 피하자’는 의견이 그중 하나다.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책, 사회 기부 등 급한 대로 대책을 강구해보자는 것이다. ‘소나기를 피하자’는 의견에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이익의 약 90%를 해외에서 벌어오는 기업이다. 실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이익을 내서는 안 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도 애플 등 세계 최고의 전자·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5월에 이미 올해만 26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그룹 차원에서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23조 원에 이르는 신수종 사업 투자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반면에 신중론도 많다. 삼성 내부에 관용과 겸손의 문화를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는 최근의 사상 최대 실적 이후에 경영진이 강조하고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큰 금액을 기부하는 등의 일회성 이벤트에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시스템을 손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관련 발언이 나오기 전인 6월부터 협력업체 경영진단에 들어간 바 있다.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차 협력사로 상생협력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국내외 주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문제점과 애로사항 파악을 완료했다. 이를 토대로 개선점을 마련하고 발전된 협력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상생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미 협력업체와 관련해서는 좋은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고 자부하지만 더 나은 시스템이 없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방안이든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모든 것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있었으면 벌써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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