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글로벌 증시와 견줘보면 코스피는 선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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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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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지루한 참호전 양상이다. 1,700대 벽을 뚫지 못한다. 올해만 벌써 4전 5기째이지만 1,800 탈환이 쉽지 않다. 투자자들도 1,700대 중반에 오면 조건반사적으로 환매를 한다. 또 묘하게도 주가가 이 구간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찬물 끼얹는 뉴스가 터진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소비하락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졌고 이번에는 국내 부동산시장 악재가 훼방꾼으로 등장했다. 사상 최대의 이익에도 힘을 못 쓰는 증시에 실망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글로벌 증시의 성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하락폭으로 비교하면 코스피는 최고가 대비 ―15% 정도로 세계 37개 주요증시 중 상위 8위에 올라 있다.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 선진국은 전혀 없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와 브라질이 1위부터 7위다. 여타 국가는 대부분 아직도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해 있고 이웃 중국은 63%나 폭락한 상태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을 보더라도 한국은 최저가 대비 20% 상승했고 최고가 대비는 1.6% 하락해 주요국 증시 중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혹은 터키 같은 곳은 최저가 대비 50% 이상 급등했지만 금융위기 이전 최고가를 회복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사실 지난 2년간의 증시 성적이 그 나라 거시경제의 회복속도와 질에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이는 향후 증시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인지를 새삼 증명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최근 증시가 왜 1,700대 벽에 부닥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모습과 주식시장의 흐름이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 경기의 부진이 예상되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7%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창 지면을 장식하는 국내 부동산 문제가 장기적으로 가계부문의 소비여력을 하락시키면 국내 증시의 상승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들은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이다. 1944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로 단숨에 진격해 전쟁을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내려던 ‘마켓 가든(Market-Garden)’ 작전이 있었다. 연합군 3개 공수사단이 투입된 사상 최대의 강습작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몇 개월 뒤 독일의 대반격으로 전쟁은 도리어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대세가 역전되지는 않았고 결국 4개월 뒤 독일은 항복했다.

지난주 미국은 금융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금융개혁법안 ‘도드-프랭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한국도 부동산 망국에서 벗어나야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일시적 후퇴가 대세의 변화는 아니다. 1,700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큰 전진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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