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우리銀 랩어카운트 진출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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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보험사와 혈전 예고

은행권이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선두주자인 증권사 및 보험사와 치열한 영역다툼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랩어카운트는 ‘싸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라는 의미의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로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고객 성향이나 경제 흐름에 맞게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말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랩어카운트 시장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결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인력까지 양성하고 있다. 이미 4월에 은행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은행법이 개정된 데 이어 다음 달 초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르면 11월부터 은행에서도 랩어카운트를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종열 하나금융그룹 사장은 1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는 투자자문업 등 단기 금융업을 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여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우리은행 역시 PB사업단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 신한 등 다른 은행도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이 가세하면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작년 3월 13조3000억 원에서 올해 5월 27조6000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커졌다.

다만 은행에서 랩어카운트 상품이 실제로 판매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시장의 ‘터줏대감’인 증권사들이 은행권의 진출을 꺼리는 데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진출하는 게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은행들에 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을 부수 업무로 허용하고 있다”며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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