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장터 ‘페이스오프’ 일자리 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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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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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공장과 허름한 식당이 몰려 있던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일대는 요즘 세련되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과 중대형 승용차로 붐빈다. 지난해 9월 복합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가 문을 연 이후 인근은 물론 경기 고양, 광명, 부천시 등 수도권 인구까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을 보고(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쇼핑몰) 밥을 먹고(식당가) 영화를 보고(CGV) 책을 읽는 것(교보문고)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니 주말에는 하루 평균 23만∼27만 명이 북적인다. 2003년까지 불과 100여 명이 일하던 경성방직 공장 터 4만2600m²(약 1만2900평)는 연면적 37만 m²의 서울 서남부 랜드마크로 변신했다. 2006년 터파기 공사에 착수한 이후 건설 인력만 5만8700명이 투입됐고, 현재 상시 근로자가 1만 명에 달한다.

○대도시 부적합 공장용지 활용

타임스퀘어는 수도권 개발, 특히 신규 일자리 창출 중에 근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3월 출범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차 회의를 열고 ‘대도시 부적합 공장 용지 재활용’을 일자리 창출 묘책으로 제안했다. 전경련은 건설 기계 분야 집중 투자와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덧붙이면 16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5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5개 광역시의 준공업 지역에 있는 1만 m² 이상 공장 90곳에 이전 의사를 묻자 22곳이 ‘공장을 옮기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공장이 좁거나 낡아서, 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기존 공장 용지를 용도전환하거나 개발할 수 없기 때문’(69.2%)이었다. 근거 법령도 부실하고, 세수 확보에 급급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규제를 들이댄다는 것. 한 공장은 지방 이전 계획을 세웠지만 이에 반대한 해당 지자체가 공장 용지를 3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변경을 가로막는 바람에 눌러앉고 말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는 공장 용지를 개발하려면 산업시설을 40% 건축하도록 해서 실수요가 많은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의 이런 발목잡기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서울 영등포구에서 1997년에 강원도 홍천으로 옮긴 하이트맥주 공장을 보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홍천공장이 들어서면서 213개로 출발한 일자리는 2009년 1352개로 늘었다. 공장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겨 자연히 건설 일자리와 가게도 많아졌다.

전경련은 이전을 원하는 22개 기업이 지방으로 옮겨갈 경우 총 9조173억 원이 투입되고, 13만6504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도심 환경을 해치는 이들 공장 용지 160만 m²를 재생하면 총면적 516만 m²의 녹지공원, 산업시설, 공동주택(2만2945가구) 등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에는 254만 m²의 새로운 공장 용지가 조성돼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건설기계 산업도 일자리 노다지

전경련은 인프라 확충과 재해 복구로 급성장하고 있는 건설기계 산업도 일자리 창출의 열쇠로 지목했다. 세계 건설 기계 시장이 2015년에는 2500억 달러로 확대될 예정이고, 취업 유발계수도 10억 원당 11.7명(자동차는 9.9명, 철강은 5.1명, 반도체는 4.5명)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핵심부품,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전경련은 산업계가 2015년까지 건설 기계 분야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하면 세계 5위의 경쟁력을 확보해 신규 일자리 2만4000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경련은 선진국에서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출현, 성장, 확산할 환경이 만들어지면 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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