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외환銀과 주거래관계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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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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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2분기 영업익 1536억… 전분기보다 12배 급증

오늘 재무개선약정 체결 시한
현대 “대출금 400억 갚아”
외환銀 “주채권銀변경 불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해운시황 호조에 힘입어 2분기(4∼6월)에 15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현대그룹은 6일 현대상선의 실적 호조를 ‘무기’로 외환은행에 주채권은행 변경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 변경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 2분기 매출 1조9885억 원

현대상선은 6일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9885억 원, 영업이익은 15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분기(1조7556억 원)보다 13.3% 늘었고, 영업이익은 1분기(116억 원)에 비해 12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해운 시황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했고, 5월부터 진행된 태평양 노선 기본 운임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지난해보다 운임이 크게 올랐다.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지표인 컨테이너선 용선지수(HRCI)도 5일 기준으로 629.0으로 2008년 11월 11일 664.9를 나타낸 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휴 선박들을 모두 투입했는데도 선박과 컨테이너박스가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그룹 “주채권은행 변경해야”

현대그룹은 6일 외환은행을 향해 한꺼번에 2개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압박했다. 우선 6월 28일 현대상선이 외환은행에 대출금 400억 원을 갚은 사실을 공개한 뒤 “나머지 대출금도 조속히 갚아 외환은행과의 거래관계를 소멸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환은행에 주채권은행 변경요구에 즉각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외환은행의 여신 규모는 5월 현재 1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 발표일을 6일로 잡은 것도 MOU 체결 3차 시한(7일)을 앞두고 외환은행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2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뒀으니 MOU 체결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1분기에는 세계 선사(船社)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분기에는 호황이던 2008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린 현대상선을 외환은행이 부실기업으로 몰아 MOU 체결을 관철하겠다는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이미지와 신용도 를 훼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 외환은행 “더 이상 시한 연장 없다”


주채권은행 변경 요구에 대해 외환은행은 ‘절대 불가(不可)’ 방침을 고수하며 MOU 체결을 압박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출금을 모두 갚은 뒤 다른 은행으로부터 재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금융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그간 MOU를 맺었던 다른 그룹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채권단 내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대출금을 갚더라도 주채권은행 변경은 감독당국과 협의할 사안이어서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은행은 주채권은행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7일까지 현대그룹이 MOU를 맺지 않으면 13개 은행으로 구성된 ‘현대 계열 채권은행협의회’ 산하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운영위에는 외환은행 외에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 등이 참여한다.

채권단은 MOU 체결시한을 5월 31일에서 6월 25일로, 다시 이달 7일로 2차례 연기해준 만큼 “더 이상의 시한 연장은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MOU 체결이 불발로 끝날 경우 채권단 운영위는 신규 대출 금지,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금지 등 ‘페널티’까지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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