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규모 용산 개발사업 무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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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삼성물산, 16일까지 미납 땅값 해결을” 최후통첩
전문가 “버블기에 과다액 입찰… 코레일도 조정 노력 필요”

사업비 31조 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토지 소유주인 코레일은 5일 개발컨소시엄 대표사인 삼성물산에 “3월 말에 냈어야 하는 미납 토지대금 7035억 원에 대한 지급 방안을 16일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4일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해 코레일에 납부할 토지 대금 중 중도금 4조7000억 원을 준공 때 무이자로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에도 현재 용적률 608%를 800%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코레일 모두 “원칙과 계약대로 이행해야 하며 특혜는 없다”면서 삼성물산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사업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40-1 일대 317만 m²의 터에 국제업무시설과 호텔, 백화점, 문화시설 등을 2016년까지 짓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07년 11월 삼성물산의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 4월 서울시가 구역지정과 개발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주차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코레일, 서울시 측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자들이 마찰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의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국가신인도 하락 등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서울시의 통합 개발 방침에 따라 추가로 개발사업지에 편입된 아파트 2200채를 포함해 개발 예정지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왔기 때문에 사업이 무산되면 사업자나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후광효과를 바라보고 개발된 인근 삼각지, 청파동 등지의 주변 아파트 시세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을 전제로 추진되던 신분당∼용산 전철 건설, 강변북로 지하화, 경의선 용산 연장 등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의 총사업비가 3조6000억 원대로 예상됐고 이 중 1조 원가량을 사업자가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 한강에 국제여객선 터미널을 운영해 서울을 세계적 미항(美港)으로 개발하겠다던 서울시의 계획도 외국인 유치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이 사업이 무산되면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측은 “최대주주인 코레일을 비롯한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이 각자 지분만큼 책임지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건설 투자자들에게만 자금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최대주주의 책임을 건설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부동산값이 치솟던 시기여서 땅값을 높게 써냈지만 지금 입찰한다면 그런 가격은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코레일도 토지대금을 낮춰주거나 대금 납부일을 연기해주는 등 사업 성사를 위한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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