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장 불안증폭… 은행들 전전긍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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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재정위기 엎친데 천안함 후폭풍 덮쳐
환율 폭등 1달러=1214원… 8개월 만에 최고

남유럽 재정위기에 더해 천안함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8개월 만에 1200원대로 올랐다. 지난주 급락행진을 이어간 주식시장은 소폭 반등해 1,600 선을 지켜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40원 오른 12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22일(1203.80원)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이후 3거래일 만에 67.90원이나 치솟았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진 가운데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돌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반등했지만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달러에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장중 1049억 원을 순매도해 6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들어 원화 강세에 베팅하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원화를 청산하면서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환율 변동이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기계적인 손절매도 촉발해 환율 상승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상승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승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4개월간 9조 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 20일 동안 5조 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의 시장 이탈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5포인트(0.30%) 오른 1,604.93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에는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1,590 선까지 무너졌으나 연기금, 투신 등 기관이 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1,600 선을 되찾았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개성공단 리스크 안따지고 진출기업에 대출
“담보로 잡은 토지사용권 물거품 될라” 고심


정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에 진출했거나 토지이용권 등을 담보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지점을 둔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진출 기업 19곳에 198억 원을 빌려준 상태다. 우리은행은 대출상품 ‘개성공단V론’을 통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 및 현지의 토지이용권, 건물, 기계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줬다.

돈을 빌려줄 때 토지이용권과 건물은 분양가의 40%, 기계는 감정가의 20%까지를 담보로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개성공단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기라도 하면 대출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공장이 가동되고 제품도 생산되고 있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14곳에 214억 원을 빌려줬다. 기업은행 측은 “대출금의 절반은 현지 토지이용권 등을 담보로 빌려준 돈”이라며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기업이 남북협력기금에서 피해액을 보전받은 뒤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되기 때문에 큰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현지 자산을 담보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산은 관계자는 “현지 담보를 잡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신용을 보고 빌려준 신용대출의 성격이 더 크다”며 “전체 대출 규모는 아직 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빌려준 돈이 있지만 남북협력기금에서 나간 돈이기 때문에 부실해지더라도 은행 손실은 없다.

은행들이 개성공단 현지 자산을 담보로 인정하고 돈을 빌려준 것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부터다. 당시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화되자 은행들은 앞 다퉈 대북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개성공단 현지 담보를 인정하는 ‘개성시대 론’을 선보였고 전담 데스크도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자전거 살 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실이 생길 경우 담보로 잡은 토지이용권이나 건물을 처분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화해 분위기 때문에 ‘북한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은행이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북사업에 나서거나 대북 진출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은행들이 좀 더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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