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통신장비회사 에릭손 中난징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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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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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크기 25% ↓ - 전력 65% ↓… ‘그린혁명’ 자부심

제조장비들 작고 날씬하게
생산모듈 고밀도 집적화
“스마트 시티 청사진 제시”
CO2 배출량 크게 줄여

중국 난징 에릭손 공장에서 직원들이 축소된 장비에 각종 부품을 조립해 넣고 있다. 에릭손은 장비 크기가 줄면 에너지 손실을 막게 돼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에릭손
중국 난징 에릭손 공장에서 직원들이 축소된 장비에 각종 부품을 조립해 넣고 있다. 에릭손은 장비 크기가 줄면 에너지 손실을 막게 돼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에릭손
지난해 7월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나라의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에릭손 본사를 찾았다. IT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릭손의 ‘그린 IT’에 대한 노하우를 묻고 국내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IT 강국’의 대통령이 찾은 에릭손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에릭손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및 서비스 업체다. 세계 무선통신의 40% 이상이 에릭손 장비를 사용한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당 1Gb(기가비트)급 4세대(4G)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릭손은 이제 빠른 속도뿐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통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 도시로 꼽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화석연료 없는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자동차 운행과 전력소비를 덜 하게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이다.

○ 친환경적 통신장비

19일 찾은 중국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의 에릭손 난징 생산허브는 ‘그린 IT’ 관련 통신장비를 만드는 대표적인 생산시설이다. 에릭손이 1992년 중국에 투자한 최초이자 최대의 공장으로 중국계 자본과 합작으로 세운 ENC라는 회사가 운영한다. 4만 m² 규모의 공장에서 유럽식통신기술(GSM)과 3세대(3G) 장비를 생산한다.

현장은 매우 소박했다. 중국을 포함해 세계 100여 개국의 통신 네트워크에 쓰일 통신장비가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척척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수십 명의 직원이 크게는 스탠드형 에어컨만 하고 작게는 PC 크기에 불과한 사각상자에 단추만 한 작은 부품을 일일이 전동 드라이버로 정교하게 부착하고 있었다. 공장 한쪽의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있었다. 마치 일반 사무실의 풍경을 보는 듯했다.

이 공장의 경쟁력은 아담하고 날씬한 장비를 생산하는 데 있었다. 호칸 순드크비스트 ENC 사장은 “장비의 크기를 다른 기지국 장비보다 25%가량 줄이고 통신 관련 모듈을 밀도 높게 집적한 결과 전력소모를 이전보다 최대 65%까지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그린 IT’는 혁신의 결과

전력을 아끼는 친환경적 통신장비는 혁신활동의 결과물이다. 에릭손은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아무리 사소해도 시도한다. 중국인 2000여 명이 일하는 이 공장 역시 직원들이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었다. 생산라인으로 향하는 복도의 벽에는 팀별, 직원별로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기다란 원통이 달려 있었다. 원통에는 탁구공이 들어 있었다. 각 팀이나 직원이 혁신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탁구공을 하나씩 채운다. 순드크비스트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직원들이 1375건의 개선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소개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통신망에 ‘아이디어 상자’라는 공간을 마련해 직원들이 보잘것없는 아이디어라도 부담 없이 내놓게 만든다.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본 다른 직원들은 발전된 내용을 언제라도 추가할 수 있다. 내용이 우수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 혁신의 힘으로 환경을 지킨다

에릭손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스톡홀름의 ‘로열 항구 도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스톡홀름을 화석연료가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그리는 미래 도시의 풍경은 똑똑한 통신망으로 상당한 규모의 경제활동이 대체되는 모습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으로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학교에 가는 대신 원격교육을 활성화한다. 또 화상회의를 통해 웬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 교통량을 줄인다. 전력 소비를 줄이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더글러스 길스트랩 에릭손 그룹전략부문장은 “그린 IT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선도적인 사례를 만들어 세계 도시들이 따라야 할 청사진을 보여줄 것”이라며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15개 업체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난징=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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