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재정확대 정책 위험성’ 알려준 그리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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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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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재정위기는 짐작했던 대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총출동해 급한 불을 껐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5000억 유로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찬조 출연금 2500억 유로까지 거금 7500억 유로로 방화벽을 쌓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이 와중에 가격 불문하고 냅다 주식을 판 새가슴들만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시장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기엔 아직 2%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는 넘겼지만 유로지역의 재정적자가 만성적인 데다 구조화되고 있어 일회성 외과 수술로 완치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가까운 예로 유럽에서 가장 건전하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1980년대 미국이 재정적자로 곤욕을 치를 때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6∼7%다. 영국은 거의 12% 수준에 이른다. 세금을 더 걷고 예산을 축소해 건전재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게 쉽지 않다. 이제 겨우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기가 조금 회복되고 있는데 재정정책을 긴축모드로 전환하면 충격이 크다. 그래서 민간부문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자력갱생할 때까지는 당분간 정부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만 재정적자가 잠재적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 심지어 한국도 재정적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긴축재정으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확대재정 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국제 은행 간 자금순환의 규모와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부도 위험이 없다고 말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에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출을 회수하려고 들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가 2조 원 이상 주식을 판 것도 자금회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번 일은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다. 최소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도사태를 막아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재정적자 축소는 장기적으로 건강한 경제를 위해서는 필수다. 게다가 유로지역이 친목회처럼 느슨한 연합체를 유지하는 것보다 진일보한 국가연합체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도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직 사태가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럽의 잠재성장률이 개선되기 어렵고 시장심리도 여전히 취약하다. 또 중국의 부동산 거품 논쟁도 복병이다. 하지만 4월에 눈이 온다고 해서 여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금융위기의 연장이 아니라 마무리 국면에 벌어진 ‘창조적 파괴’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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