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농협 목우촌 바베큐 마을’ 서울 방이점 박성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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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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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에게 모두 맡긴게 불찰
12명 월급주면 남는게 없어
진두지휘… 이젠 웃지요”

‘바베큐 마을’ 창업 1년 6개월째를 맞는 박성용 사장은 “외식업은 인건비와의 싸움”이라며 “사장이 직접 나서서 매장을 챙겨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바베큐 마을’ 창업 1년 6개월째를 맞는 박성용 사장은 “외식업은 인건비와의 싸움”이라며 “사장이 직접 나서서 매장을 챙겨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나름 한다고 했는데 남는 게 없었다. 손님은 제법 붐비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바비큐요리전문점 ‘농협 목우촌 바베큐 마을’을 운영하는 박성용 사장(47)의 창업 초기 이야기다.

내달로 창업 1년 6개월을 맞는 박 사장은 요즘 월평균 4500만∼5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순이익은 1300만∼1500만 원가량 된다. 하지만 이는 처음엔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지난 1년 반 동안 박 사장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 인건비 줄이니 고스란히 수익으로

박 사장이 외식사업에 눈을 돌린 건 2년여 전. 당초 광고대행사업을 하던 그였지만 후불이나 어음결제가 많은 업종 특성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현금 흐름이 좋다는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1년 정도의 외식 아이템 물색 끝에 그가 선택한 건 ‘바베큐 마을’. 목우촌으로부터 국내산 돼지고기, 오리고기를 제공받아 참숯에 요리하는 바비큐 전문점으로, 농협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라는 점에 믿음이 갔다.

그는 2008년 11월 총 4억 원을 투자해 매장을 열었다. 264m²에 테이블 24개를 갖춘, 외식 사업 초보로서는 제법 큰 규모의 가게였다. “처음인데 제가 뭘 압니까. 도움을 구해야겠다 싶었죠.” 그는 홀 운영을 책임질 매니저 1명과 주방을 책임질 주방실장 1명을 영입했다. 나머지 직원 고용은 그들의 조언에 따랐다. 이렇게 배치된 인원이 홀 매니저 아래에 6명, 주방실장 아래에 4명. 직원 수만 12명에 달했다.

“홀 매니저와 주방실장이 ‘이만한 점포를 운영하려면 이 정도 사람은 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철석같이 그 말을 믿었죠.”

하지만 한 달 뒤, 박 사장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월말 결산을 하고 보니 의외로 남는 돈이 없었던 것이다. “첫날부터 장사가 꽤 잘됐거든요. 주변에 아파트 단지도 있고 직장인들도 많아서요. ‘이런 식이면 금방 돈을 벌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더란 말이죠.” 첫 달은 처음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사정은 두세 달이 지나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박 사장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요인을 꼼꼼히 따져봤다. 그리고 인건비에서 그 답을 찾았다.

“12명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니 정말 남는 게 없더라고요. 초보인 저보다 전문가인 홀 매니저가 낫겠지 싶어 직원 채용까지 믿고 맡긴 게 잘못이었어요. 뒤돌아보니 매니저나 주방실장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직원을 요구했더군요. 직원이 많으면 자신들은 움직이지 않고 지시만 하면 되니까요.”

그는 ‘외식업은 인건비와의 싸움’이란 말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전면에 나서 매장 운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쟁반을 들고 홀 서빙에 나섰고, 주방에 들어가 칼도 잡았다. 그러다 보니 ‘거품’이 보였다.

“제가 직접 해보니 1명이 열심히 일하면 테이블 8개 정도는 충분히 담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테이블이 24개니까 3명만 있으면 되는 거죠.” 박 사장은 자신이 직접 홀 매니저를 맡고 6명이던 서빙 담당 직원도 2명으로 줄였다. 주방 인력도 실장 자리를 없애고 5명을 3명으로 줄였다.

“본사에서 80% 이상 가공된 형태로 제품을 공급해 주니까 포장을 뜯고 꼬치에 끼워 굽기만 하면 되더군요. 간단한 재료 손질과 밑반찬 만들 사람만 남겼죠.” 그는 “직원들은 예전보다 더 바빠졌지만 수당을 올려준 덕에 일에 대한 동기 부여는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텅 빈 시간 싫다면 주부 마음 잡아라

창업 초기 박 사장의 고민은 또 있었다. ‘바쁠 때만 바쁘다’는 것이었다. “외식업의 특성상 점심, 저녁시간은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하는데, 그 중간인 오후 2∼6시 사이에는 손님이 없는 거예요.”

그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여성들을 잡기로’ 했다. “주부들 모임은 주로 ‘밥 때’를 피해서 있잖아요. 이 손님들이 단골이 되면 나중에 남편도 데려오고 애들도 데려오겠다 싶더군요.” 박 사장은 주변의 아파트 부녀회, 교회, 성당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적극적인 매장 홍보를 했다. 부녀회장이나 구역장 책임을 맡고 있는 주부들과의 관계에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

이렇게 매장에 온 주부들은 ‘여왕처럼’ 모셨다. 이들이 편안하게 모임을 즐길 수 있도록 따로 자리를 만들어 주고 테이블 세팅도 예쁘게 했다. 판매가 3만 원 상당의 와인도 한 병씩 무료로 서비스했다. 주부들의 입소문은 정말 빨랐다. 요즘 박 사장의 매장엔 하루 평균 한두 건 이상 꾸준히 주부들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사장은 인라인스케이트, 산악회, 사이클 등 각종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게시판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홍보 글을 남겼다. 매장 지도와 메뉴, 가격 정보를 올리고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는 생맥주를 한 잔씩 서비스했다. 오리 바비큐를 주문하면 삼겹 바비큐를, 모둠 바비큐를 주문하면 떡갈비나 소시지를 서비스로 주는 ‘덤’ 마케팅도 펼쳤다.

박 사장은 “요즘은 평일 오후 매출만으로도 점포 임차료나 각종 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전문가 조언
‘농협’ 브랜드가치 적극 활용
웰빙메뉴 강화 고려해봄직



박성용 사장 사례는 외식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외식업은 인건비와의 싸움이고, 직원 관리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외식업은 점주가 직접 점포 운영을 챙기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편하고 폼 나게’ 사장님 역할만 하고 싶다면 외식업은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박 사장은 초기에 이러한 문제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발전의 촉매로 삼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현재 박 사장의 점포는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로 ‘농협 목우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시대인 만큼, ‘농협에서 직접 유통하는 국내산 축산물만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응대할 때 “우리 가게는 순수 국내산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만 사용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든지, 국내산 고기 소비가 국내 축산농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고객에게 알리고 사명감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숯 바비큐 구이기’ 등을 활용해 참살이(웰빙) 메뉴를 강화하는 안도 생각해봄 직하다. 참숯으로 구워 기름기를 쏙 뺀 바비큐 메뉴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즘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메뉴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경우 이런 메뉴는 주방에서 만들지 말고 직접 손님 앞에서 조리하는 게 좋다. 기름이 빠지는 모습이 시각적 만족감을 주는 데다, 야외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 분위기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 사장의 경우 매장에 야외 좌석이 있으니 다가오는 여름철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삼겹 바비큐+오리 바비큐’, ‘립 바비큐+매운 갈비찜’ 등 다양한 세트메뉴를 시도해 보길 권한다. 조금씩 다양한 맛을 원하는 20, 30대 젊은 고객이나 여성 고객에게 특히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을 고려한다면 여성이나 노인이 선호하는 ‘단호박 바비큐 찜’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갈비·소시지’를 세트로 구성하는 것도 좋다. 세트메뉴의 ‘궁합’만 잘 맞춘다면 이것만으로도 고객층을 더욱 폭넓게 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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