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장 주선만 하고 ‘나 몰라라’

  • Array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코스닥 종목관리 소홀… 투자자 분통
6개월마다 내는 분석보고서 34곳중 17곳 ‘감감무소식’
마땅한 제재수단 없어… ‘퇴출 공포’ 맞물려 논란 확산

지난해에만 53개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새로 진입했지만 이들의 상장을 주선한 증권사들은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규정상 상장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초기 2년간 6개월에 한 번 분석보고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증권사가 상장을 지원한 절반 이상의 기업을 챙기지 않는 실정이다. 주간사 증권사들이 이 규정을 어겨도 딱히 규제할 수단이 없어 투자자 피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아 개인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투자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소문이나 공시에 의존해 투자하는 때가 많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시장 일부 종목이 갑작스레 상장폐지 운명에 놓이듯 공시조차 부정확한 사례가 적지 않다.

○ 상장 주선해 놓고는 “‘나 몰라라’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올라온 53개사 중 상장 후 6개월이 지나 분석보고서를 내야 하는 곳은 모두 34개사였다. 이 가운데 2월 16일 현재 16개사는 보고서가 나왔고 1개사는 곧 나올 예정이며 17개사는 아직까지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보고서 미제출에 대해 “코스닥시장 규정상 1년 안에 두 번만 내면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상장 초기에는 주가변동성이 높아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자는 뜻도 있었고 상장 후 45일 안에는 보고서를 낼 수 없어 기한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며 “1년이 지나기 전에 보고서 2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풍부하고 정확한 자료를 내려다보니 지난해 결산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1년에 두 번만 보고서를 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유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과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정이 서로 다른 탓도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는 ‘상장주선인은 상장법인 재무상황 등을 상장일로부터 2년간 반기별 1회 이상 분석해 홈페이지에 게시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정에는 ‘1년간 2회 이상’이라고 돼 있다.

○ 투자자 보호 위해 규정 강화해야


증권사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코스닥본부에서는 마땅히 규제할 만한 수단이 없는 것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단 상장하고 나면 기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돈’이 되지 않는 점도 한 요인이다.

최근 한국 증시의 문을 연이어 두드리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지주회사 형태가 많아 회사의 구체적인 정보를 개인들이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우량기업으로 알려졌던 대형 종목마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황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은 “도대체 무얼 믿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나”라며 한숨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상장사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확보한 주간사 증권사들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간사 증권사는 상장 기업을 분석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적정한 주가까지 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지더라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등용문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주간사 증권사들의 정보제공 의무는 더욱 커진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보고서 의무는 강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지켜주는 게 가장 좋다”며 “이들이 내는 보고서는 코스닥 홈페이지와 연계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개인투자자는 “기업이 내는 공시를 믿고 이제껏 투자해왔지만 이제는 공시도 믿을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믿을 만한 정보를 얻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