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서 만든 ‘모범 회사법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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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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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 시민단체 “대주주들 이익만 대변”
신주인수선택권 도입
합병절차 간소화등 제안
경영권-재산권 방어에 초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모범회사법’은 “회사 운영과 기업지배구조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재계의 시각을 담고 있다. 주주의 재산권 보호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그동안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일회사법 제정을 계기로 그 내용도 재계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하자는 것이 재계의 ‘의도’다. 단일회사법 제정이 국제적 추세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엔 있고 한국엔 없는 ‘회사법’

전경련은 2008년 4월 ‘모범회사법 제정연구회’를 조직한 뒤 2년 동안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 최근 ‘모범회사법’을 완성했다. 권종호 건국대 교수, 김순석 전남대 교수, 심영 연세대 교수, 최병규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외국의 회사법을 연구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단일회사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상법 체계가 비슷하던 일본도 2005년 ‘신회사법’을 제정해 회사법을 독립시켰다.

전경련은 “회사법이 상법에 종속되는 현재의 법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는 데다 내용 측면에서도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 회사법 안을 마련해 제시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행 상법에서 규정하는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법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규정이라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경영권 방어와 재산권 보호에 초점

모범회사법은 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와 경영 절차 간소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주인수선택권과 복수의결권 주식, 동의권부 주식 등의 도입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명 ‘포이즌 필’로 불리는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될 때 기존 주주가 싼값으로 신주를 취득할 수 있게 해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동의권부 주식(황금주)은 1주만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신주인수선택권을 정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아직 법 개정은 되지 않았다.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을 때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반드시 소집하지 않아도 되는 등 경영절차를 간소화했다. 인수하려는 회사의 주가가 합병 시도 회사 주가의 5% 미만일 때에만 주주총회를 면제하도록 한 현행 상법을 20% 미만으로 높이는 등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제안도 눈에 띈다. 합병하려는 회사 주식을 90% 이상 보유했을 때만 주주총회의 결의 없이 회사를 합병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주식 70% 이상 보유’로 완화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행 상법은 사업 재편에 대해 외국보다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모범회사법은 사외이사 선임 비율과 감사위원회 설치를 법으로 강제한 현행 상법과 달리 회사 정관으로 이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주주 의결권 제한은 주주의 재산권 침해나 마찬가지”라고 전경련은 주장한다.

○실제 도입에는 논란 있을 듯

그러나 재계의 이런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사외이사 선임 비율 등을 정관으로 결정하자는 것은 매우 후퇴한 법안”이라며 “한국적 실정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없으면 결국 총수 1명이 의사결정을 하는 꼴이 되는데 이런 시스템은 이미 외환위기 때 실패한 것으로 결론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감사위원 선임에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것은 맞다”면서도 “감사가 대주주의 지인이나 친척인 사례도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폐지보다는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회사법 제정 총괄연구를 맡은 권종호 교수는 “재계의 회사법 안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은 양면성이 있는 법안이지만 도입 자체를 막기보다 남용을 막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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