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여윳돈 7조 굴리면 年 3500억 원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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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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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랏돈 관리방식 대수술
‘비상금’ 1조外 단기 투자
방만운영 자금 국고 환수

정부가 한국은행 계좌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나랏돈을 초단기 예금과 펀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370조 원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국가부채를 줄일 묘안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현금자산을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의 보유 현금이 많으면 부채에서 현금을 뺀 순(純)부채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정부가 여유 국고자금의 금융상품 투자를 뼈대로 하는 ‘적극적 국고금(國庫金) 관리방안’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미국 프랑스 등의 비슷한 모델을 참고해 국고 관리 체계에 대한 대수술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남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최근 일본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한국 정부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중앙은행과 협의해 적정 국고자금 규모를 정한 뒤 이를 제외한 자금을 시중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회사에 예치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국채관리청이라는 별도 기구가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 중 1억2500만 파운드(약 2200억 원)를 뺀 모든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전자산에 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금까지 노는 나랏돈을 운용하는 데 대한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 매년 투자규모에 큰 편차를 보이고 투자실적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 2006년에 잠자는 나랏돈 4조2000억 원 가운데 RP 등에 투자한 금액은 3071억 원으로 전체 국고 여유자금 대비 운용 규모 비율이 7.3%였지만 2008년에는 이 비율이 2.9% 선으로 뚝 떨어졌다. 연간 운용 수익률도 2006년 4.2%, 2007년 4.9%, 2008년 5.1%로 들쭉날쭉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운용수익률이 높았던 2008년(15조7000억 원의 여유자금과 5.1%의 수익률)에 7000억 원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7조 원 투자 때 최대 35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고 여유자금 가운데 1조 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운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목표 잔액 계좌제’를 이달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사항을 한국은행과 조율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여유자금 중 투자대상 금액이 얼마인지가 분명해진다. 수시입출금식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의 연간 수익률이 1% 중반에서 2% 중반으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전체 운용자금이 크게 늘어나 이자 수입의 총액을 늘릴 수 있다.

한은으로서는 시중에 공급되는 본원통화 가운데 정부가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시중에 유통시키는 돈의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통화정책을 세우기가 수월해진다. 종전에는 정부 부문에서 본원통화로 들어오는 여유자금이 투자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예측해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기가 쉽지 않았다.

재정부는 각 부처가 매달 재정소요자금 배정을 요구할 때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신청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부 부처들이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일단 많은 돈을 요구하고 보는 식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가 요구한 자금 중 이월된 돈이 너무 많으면 국고에 환수하고 다음번 자금배정 요구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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