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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박용선의 투자터치]손실 만회하려 주식 더 사는 건 자살행위죠

입력 2010-02-22 03:00업데이트 2010-05-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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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격언
물타기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매입원가 낮추자” 성급한 물타기
손실률 줄어도 손실액은 더 커져
고깃국을 끓이다가 너무 짜면 물을 더 부어 간을 맞추는 것은 초보 주부들이 종종 저지르는 잘못이다. 문제는 물을 부으면 부을수록 고깃국이 점점 맛없어진다는 데 있다. 그런데 물타기는 초보 주부의 주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물타기가 종종 발생한다. 어떤 주식을 산 뒤에 주가가 떨어지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기 위해 동일한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것을 ‘물타기’라고 한다.

물타기는 19세기 초반 미국의 가축시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니얼 드루라는 가축 상인이 소를 팔기 전에 소에게 소금을 잔뜩 먹여 물을 들이켜게 한 다음 소의 몸무게를 늘려 비싸게 팔았다. 부정직한 물타기로 돈을 번 드루는 주식시장에 진출해 한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했고 그 회사 주식을 공매도 한 후에 신주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주식도 물타기를 해 돈을 크게 벌었다. 그러나 그도 나중에는 다른 세력들의 물타기 전략에 걸려들어 패가망신했다고 전해진다. 드루의 주식 물타기는 일반투자자들의 물타기와는 차원이 다른, 불법적인 작전 성격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물타기라는 용어가 ‘여론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다른 화제를 만들어 본래의 논점을 흐리게 하는 행위’로 확대돼 쓰이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물타기는 분할매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괜찮은 투자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어떤 종목의 첫 번째 매수시점이 나빴기 때문에 그 주가의 흐름을 잘 살펴보다가 적절한 시점에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놓고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두 번째 매입 이후에도 주가가 또 떨어지면 그보다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평균단가를 또 낮춰 놓는다.

그러다 다행히 그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큰 손해 없이 팔고 빠져나오거나 오히려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물타기를 통해 평균단가를 낮춘 것이 큰 의미가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추락하는 주식의 보유수량만 잔뜩 늘려놓은 꼴이 돼 참담한 심정이 되기 쉽다.

대체로 강한 상승장세에서는 시장 주도종목군의 매수 타이밍이 나빴고 이어 주가가 하락했다면 물타기를 해도 괜찮다고 하겠다. 상승국면에서 일시적으로 조정을 보일 때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하락장세가 계속되거나 특정 종목이 하락추세일 때 그 종목의 주가가 조금 떨어졌다고 섣불리 물타기를 거듭하는 것은 발목까지 빠졌던 늪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점점 깊이 빠지며 몸통까지 들어가는 형국이다.

분할매수라는 관점에서 물타기를 하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분할매수는 기관투자가들처럼 막대한 자금을 장기투자 차원에서 운용할 때 시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주식을 매집하기 위해 일정 기간에 걸쳐 꾸준히 주식을 사 들이는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분할매수는 투자심리적인 차원에서 특정 주식을 한꺼번에 매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몇 차례에 걸쳐 나눠 사는 것이다. 하락추세에 진입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단순히 평균단가를 낮춘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을 분할매수라고 할 수는 없다.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야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물타기를 하면 그 후 주가가 더 하락할 때 숫자상의 손실률은 줄어들지 몰라도 손실 금액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1980년대에 미국 월가에서 크게 성공한 마티 슈워츠는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물타기를 하는 것은 자살행위 중 하나다”라며 “흔히 손실을 만회하려고 주식을 더 사는 태도는 백전백패”라고 물타기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그러면서 그는 손절매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손절매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간이 맞지 않은 고깃국에 자꾸 물을 넣어서 간을 맞추다 보면 점점 고깃국 맛이 없어지듯 시장 흐름과 맞지 않거나 좋은 주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자꾸 물타기를 하면 계좌의 자산상태만 점점 볼품없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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