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신규투자가 주가에 毒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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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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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체력 튼튼하고
확실한 시장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크게 올라

모든 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규사업을 찾아 나선다. 현재의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라도 차기 사업 아이템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어느새 경쟁자에게 추월당하거나 결국 도태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규모 신규 투자가 기업의 주가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많은 투자자는 성공이 불투명한 신규 투자가 기업의 주가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이 신규 투자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실제 시행한 회사 가운데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현대제철, OCI, 제일모직, 삼성SDI, LG화학, 효성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무적 체력이 튼튼한 회사라는 점이다. 신규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고 투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어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OCI는 2006년 6월 이사회를 열어 태양전지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웨이퍼와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솔라셀 생산의 필수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국내 최초로 진출하기로 한 것. 총 투자 규모는 2500억 원으로 당시 OCI의 차입금 비율(매입채무를 제외한 이자발생 부채비율)은 70.9%였다. OCI의 주가는 투자가 끝난 2008년 6월까지 975% 정도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가가 떨어졌지만 2006년 6월보다는 454%가량 상승했다.

올해 초 일관제철소 첫 고로를 시험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은 연간 800만 t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투자를 2007년 1월 시작했다. 총 5조8000억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지금도 투자가 진행 중이다. 투자가 시작될 시점의 현대제철 차입금 비율은 59.8%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9월 107.9%로 높아졌지만 현대모비스 지분 처분 등이 이뤄지면 50∼6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후 주가는 165%가량 상승했다.

2007년 4월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지분을 인수한 제일모직은 차입금 비율이 31.6%, 2008년 8월 2차 전지 제조합작사를 설립한 삼성SDI는 차입금 비율이 12.7%에 불과했다.

효성은 신규 투자 결정으로 웃기도, 울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하이닉스 인수를 선언했다가 기관투자가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인수를 포기했던 효성은 사실 신규 사업 진출로 큰 이득을 봤던 회사다. 2007년 9월 효성은 1300억 원을 들여 울산에 연간 5000만 m² 규모의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보호필름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해당 사업을 지원해주면서 일본 업체가 장악한 국내시장을 확보할 전망이 밝다.

제일모직이 편광필름 제조업체를 649억 원에 인수한 뒤 주가가 오른 것은 계열사인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매입처를 확보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지난해 7월 LCD용 유리기판사업에 4300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도 LG디스플레이라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고로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부품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현금만 쌓아두고 기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넘어서는 사업을 발굴해 투자하지 않으면 그 기업의 가치는 깎이고 주가도 잘 오르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신규 투자에 나선 기업의 튼튼한 체력과 확실한 시장을 확인해야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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