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현장에서/2억 전세가 졸지에 2억8천만원으로 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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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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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 씨(35)는 요즘 전셋집 문제로 밤잠을 설친다. 2년 전 2억 원에 얻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10m²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근 2억8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 이 씨는 “근처 아파트로 이사하려 해도 전세금이 다 올랐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없어 지금 전세금으로 갈 수 있는 이 동네 빌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연일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인기 학군 지역에서 시작된 전세금 오름세가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세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오름세가 번지고 있다.

올해는 학군 수요에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 수요가 늘었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 감소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 상승 폭이 예년보다 크다. 또 전세금 급등 소식에 봄에 이사 가려는 사람들까지 서둘러 전셋집을 찾으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작년 말보다 무려 1억∼2억 원 이상 치솟은 아파트도 잇달아 등장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4개구 아파트(33만4394채)의 가구당 평균 전세금은 처음으로 3억 원을 돌파했다.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금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최근 2∼3년 동안 공급된 아파트가 85m² 이상 중대형에 집중된 탓이다. 주택 크기를 줄여 이사하는 사람도 늘면서 상대적으로 낡은 소형 아파트의 전세금이 많이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용면적 60∼85m²의 전세금 상승률은 7.18%로 85m² 초과(6.23%)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전세금 급등이 과거처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수억 원씩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뛰면서 서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40% 안팎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매매가와 전세금 격차가 커서 전셋집을 구하려다 포기하고 빚을 더 얻어 아파트를 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전세시장이 당분간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철거되는 주택은 9만8742채로 작년(2만807채)보다 4배 이상 많지만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3만4041채에 불과하기 때문. 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다세대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의 신축 공급 물량도 부족하다. 또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수요자들도 일시적으로 전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 시기를 조정해 전세 수요를 분산하는 등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시급한 때이다.

정임수 경제부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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