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유치할테니 아시아나 등 경영권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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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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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FI, 금호그룹 구조조정 방안 제시
“사실상 그룹해체 결과” 채권단-금호측 부정적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을 둘러싼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이라는 목표는 수긍하지만 신뢰가 부족한 데다 각자의 이익만 앞세우다 보니 모두가 동의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2조2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대신 FI들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안을 채권단과 금호그룹에 제시했다.

먼저 FI들은 해외 금융사 7000억 원, 채권금융사 8000억 원, 국내 연기금 7000억 원 등 총 2조2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풋백옵션 행사가(3만1500원)와 현재 주가의 차액 2조6000억 원을 출자전환하면 금호산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 경영권은 FI들에게 넘어간다.

FI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41%를 보유하면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도 갖게 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지분을 각각 23.95%씩 나눠 갖고 있는 대한통운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우건설 FI들이 제시한 안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만들었다.

FI 관계자는 “현재 외국 투자가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를 받아 자본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FI들은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에 넘기고 못 받은 돈은 출자전환을 하거나 무담보채권으로 워크아웃에 참여하라는 산업은행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I들의 제안에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유성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의 합의 및 신규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방향을 바꾸기는 이르며 우리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도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에 사고 나머지는 금호산업 청산가치로 매입하는 자체 방안을 고수했다.

FI들의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하려면 금호산업 이사회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을 넘기는 것은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금호그룹이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 관계자는 “돈의 흐름뿐 아니라 지분 이동 등에 대한 법리 해석도 필요하다”며 “따져볼 게 많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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