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작에 불과”… 애플에 모바일전쟁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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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마트폰 ‘넥서스원’ 공개

‘3, 4년전 노트북’ 수준 성능
음성으로 문자 입력 가능
한국 출시계획은 아직 없어

《“ 이것은 단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구글의 ‘넥서스원’ 론칭 행사 초청장에서) 검색업체 구글이 휴대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구글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자사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가 들어간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공개했다.》

구글은 지금까지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휴대전화 제조회사에 공급해 왔지만 휴대전화를 직접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지 약 1년 만이다.

구글은 이로써 ‘아이폰’의 애플에 모바일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휴대전화 시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하드웨어 중심 업체와 애플 구글 등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의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안드로이드 2.1’ 소프트웨어 사용

넥서스원은 ‘안드로이드 2.1’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터치폰으로 대만의 HTC가 제작을 맡았다.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한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 음성으로 길 안내를 해주는 등 1만8000개 이상의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이날 발표에서 주목을 끈 것은 음성을 이용한 문자 입력 등 혁신적인 기능이었다. 검색 메시지 e메일 채팅은 물론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까지 모두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앤디 루빈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넥서스원은 ‘슈퍼폰’으로 불리는 차기 모바일 기기에 속하는 것으로 3, 4년 전 노트북컴퓨터 성능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슈퍼폰’이라는 용어는 넥서스원이 기존 스마트폰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글이 사용한 마케팅 용어라는 지적도 있다. 넥서스원의 가격은 이동통신사를 정하지 않으면 529달러다. 미국 T-모바일사와 2년 약정을 하면 179달러에 살 수 있다. 현재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4개 지역에서 발매되며 점차 판매 지역을 넓혀가겠다는 것이 구글의 계획이다. 아직 한국 출시 계획은 없다.

○ 애플 vs 구글…신(新)모바일전쟁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전쟁은 단순히 아이폰과 넥서스원이라는 휴대전화의 대결로 끝나는 게 아니다. 두 회사는 최근 모바일 광고회사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글이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을 7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애플은 최근 애드몹의 경쟁사인 ‘콰트로 와이어리스’를 2억7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휴대전화, 하드웨어업체와 SW업체 불꽃튀는 대결

구글은 애드몹 인수에 앞서 온라인광고 서비스 기업인 더블클릭을 인수하는 등 광고역량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마켓워치 등 해외 경제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양사의 모바일광고 기반 확보 경쟁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의 한 가지다.

이 밖에도 실시간 사용자 위치추적 서비스인 ‘구글 래티튜드’와 애플의 ‘아이폰 위치정보서비스’, 구글의 음악 서비스인 ‘디스커버뮤직’과 애플의 ‘라스트에프엠’ 등 양사는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차이점은 애플이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혼자서 만드는 반면 구글은 대만 업체와 손을 잡는 등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와 운영체제(OS)를 모두 직접 만들다가 IBM-마이크로소프트 진영에 완패당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하드웨어 업체에 맞선 소프트웨어의 힘

2007년 애플 아이폰에 이어 올해 구글의 넥서스원까지 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그간 삼성전자 노키아 등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이끌던 휴대전화 시장을 애플과 구글 등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이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10’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구글이 스마트폰 론칭 행사를 연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이 주목받는 것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하드웨어를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애플과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확실히 갖춘 뒤 사업을 하는 데 반해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등은 하드웨어를 잘 팔다가 부랴부랴 소프트웨어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정보기술(IT) 전문지 스트라베이스 김동진 팀장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함께 개발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업체보다 협업이 쉽고 시장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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