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 첫 수출 관련주 일제히 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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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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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장세 ‘상투株’ 조심… 제2수주 대비 옥석가릴때


‘축하 샴페인’은 터졌다. 문제는 취기가 가신 그 이후다.

28일 주식시장에서는 한국형 원전 첫 수출과 관련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두산중공업, 두산, BHI, 우리기술, 일진에너지 등이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또 한국전력은 5.04%, 현대건설은 4.56%, 삼성물산은 3.00% 각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해외사업 수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낸 것을 축하하는 장세가 펼쳐졌다고 풀이했다.

이날 ‘축하 장세’는 원전 시장이 앞으로 수십 년간 커나가고 한국이 추가 수주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한몫했다. 한국전력은 원전운영부문 영업이익이 2020년 원전 건설이 완료되면 2010년 대비 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정비 보수를 하는 한전KPS는 같은 기간에 15%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예상된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비선진국 대상 원전 건설시장 규모는 연간 15조∼25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수주를 계기로 적어도 절반가량을 한국 업체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 컨소시엄 안에서 관련 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혜를 볼지도 투자자들에게는 관심사항이다. 일단 건설업체들은 확실한 실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건설부문의 총 계약금액만 200억 달러(약 23조4000억 원)에 이른다. 원전 공사와 관련한 부두,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포함돼 금액이 커졌다. 원전 한 기에 건설부문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3조 원이지만 이번에는 6조 원가량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특히 이번에 컨소시엄에 참가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GS건설, SK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앞으로 또 다른 수주 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수주는 건설업계 전반의 호재가 되고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프로젝트는 2012년 착공해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된다”며 “따라서 해당 건설업체들의 다른 사업 실적도 주기적으로 확인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산중공업, BHI는 지속적으로 과실을 따먹을 기자재 업체로 꼽힌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설계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BHI는 보조기기를 만드는 업체 중 해외수주 경험이 있는 업체에 해당한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업체는 한전 컨소시엄이 아니라 다른 해외 컨소시엄에도 참여할 만한 기술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들뜬 분위기에 마냥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흥분이 가라앉고 주가가 안정된 후에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수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전 수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1주일 전부터 들썩였기 때문에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5%의 핵심 원천기술을 독자 개발하지 못했다는 점이 향후 추가 수주전에서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덩달아 주가가 뛰는 다른 업체들은 해외수주 경험이 적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시의 특성상 관련 종목 주가가 단기 급등하기 쉬운데 여기에 현혹되지 말고 해당 기업의 수익성을 따져보고 새롭게 수주를 따낼 때마다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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