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은 없을 것” “韓, 내수-수출 쌍끌이”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월가 이코노미스트 5명이 말하는 2010년 韓美경제
미국 봄까지 고실업… 한국은 견고한 성장세 예상

미국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향후 수개월 동안 더 악화돼 약 1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또 이 같은 실업사태로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돼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한국 경제는 내년에 수출이 늘고 내수기반이 확대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데이비드 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틴 콘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 존 프라빈 푸르덴셜금융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레슬러 노무라인터내셔널 수석 이코노미스트,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전문가 5명을 e메일 또는 전화로 인터뷰해 내년 미국경제와 한국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업률이 10월 10.2%에서 지난달 10.0%로 하락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실업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아직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P의 데이비드 위스 씨는 “지난달 실업률이 전월보다 떨어진 것은 미국 실업 사태가 고비를 넘겼다기보다는 10월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실업률은 내년 초까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콘퍼런스보드의 켄 골드스틴 씨도 “미국의 실업률은 내년 봄 10.5% 안팎에서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고실업 사태가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푸르덴셜금융의 존 프라빈 씨는 “높은 실업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선뜻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며 “FRB는 최소한 내년 4분기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레슬러 씨 역시 “실업률 때문에 2011년 3월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원 교수는 실업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내년 중반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업률과 더딘 경기회복에도 경제성장률이 잠시 오르다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프라빈 씨는 미국은 내년에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낮은 금리 △재고 증가 △주택경기의 소폭 회복 등으로 3.3% 정도 성장할 것이라며 “더블 딥 우려는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골드스틴 씨와 레슬러 씨 역시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손 교수는 “경기부양책으로 살아난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려면 민간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블 딥 가능성을 25% 정도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위스와 프라빈 씨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금융시장 호전 등으로 한국 경제의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빈 씨는 “한국경제가 내년에 수출 증가와 건설투자 확대 등으로 4%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스틴 씨는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은 내년에 내수와 수출이라는 양 날개 덕분에 5%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노동시장 여건이 좋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위스 씨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금융시장이 덜 발달해 금융위기로 타격을 덜 입었고 특히 중국은 이어진 경제위기에서 신속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