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2% 느는 동안 직원 수 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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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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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개 상장업체 2005~2009 실적 분석…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자동화-아웃소싱 대세 속에
직원 수 늘린 회사 42%뿐
서비스업으로 이동 불가피
인력 재교육 ‘선택 아닌 필수’

삼정P&A는 철강제품 포장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계열회사다. 이 회사는 포스코의 열연 및 냉연강판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매년 꾸준히 사업을 키우고 있다. 3분기 기준 매출액은 올해 1888억 원으로 2004년(1461억 원)보다 29% 성장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직원 수는 3분기 기준으로 2004년 1088명에서 올해 913명으로 175명이나 줄었다. 회사 규모가 커지는데도 직원이 줄어든 것은 공장 자동화 때문. 삼정P&A는 반자동화로 철강제품을 포장해 오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완전자동화를 이뤄 로봇으로 인력을 거의 대체했다. 그 대신 회사는 직업훈련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기술력을 갖추는 직원에게는 더 많은 임금을 주겠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이처럼 최근 5년 동안 국내 기업들의 매출은 계속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과 직원 수 비교가 가능한 상장업체 54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의 매출액은 매년 6% 이상 늘어났지만 고용은 오히려 해마다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조사대상 기업의 직원은 모두 83만1731명으로 지난해 말(83만3336명)보다 0.2% 줄었으며 5년 전(84만8623명)보다는 2.0%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796조6954억 원으로 2005년(603조4663억 원)보다 32.0% 늘었다. 올해 3분기 말까지의 매출액은 592조7586억 원으로 4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 총액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매출액은 매년 6∼18% 늘어났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해처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2%)이 전년(5.1%)보다 낮은 해는 물론이고 높았던 해(2006년)에도 기업의 매출증가세와 무관하게 총고용인력은 줄어들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고성장 시대를 지난 한국 기업들이 자동화나 외주 제작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공장을 대거 해외로 옮기는 것도 기업의 성장과 고용이 따로 움직이는 또 다른 이유다.

기업별로는 전체 546개 기업 중 58.2%인 318개사의 직원 수가 5년 전과 같거나 줄었다. 대우전자부품은 5년 전 직원이 506명이었지만 올해 3분기 말 현재 101명으로 80.0%나 줄었다. 삼익악기는 같은 기간 174명에서 89명으로 반 토막 났고 삼성SDI는 9819명에서 6265명으로 36.2% 감소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일부 나타나는 건 선진국의 경험을 봐도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다만 제조업체에서 떨어져 나온 인력을 서비스업과 같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 얼마나 흡수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의 유휴인력이 재교육을 통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이라는 형태로 서비스산업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성공모델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례가 훨씬 많았던 게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원은 “서비스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고용으로 연결된다”며 “제조업에서 유출된 인력이 서비스업에서 흡수되게 하려면 재교육 등의 형태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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