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주의 Biz WINE]로제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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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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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들’ 소품 등장… ‘장미같은’ 그녀들과 어울려
크리스탈 로제 年2만병 생산… 국내엔 60병 들어와 ‘희귀’

영화 ‘여배우들’에 등장하는 여배우 6명의 기 싸움이 초반부터 대단하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이 긴장감 속으로 감독이 슬며시 밀어넣은 주연급 조연이 있으니, 바로 로제 샴페인이다. 이 샴페인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속 배경인 크리스마스이브와도 가장 어울리고, 극중 화보 촬영을 기획한 담당자의 표현대로 ‘장미 같은’ 그녀들을 상징하는 데 있어 이 샴페인을 능가하는 아이템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일반적인 와인의 세계에서 로제의 이미지는 고만고만하다. 명품 와인 대열에 이름을 올린 와인도 없고 잠깐 관심을 받을 때라고는 여름 한철뿐이다. 하지만 샴페인 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은 둘째 치고 입수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진다.

동페리뇽 로제, 크뤼그 로제와 함께 세계 3대 로제 샴페인으로 꼽히는 크리스탈 로제는 한 해 총생산량이 2만 병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는 60병 정도만 들어온다. 반면 일반 크리스탈 샴페인은 할당량이 1000병에 이른다. 여기에 둘의 가격차는 2배가 넘는다. 왜 로제 샴페인이 더 비쌀까. 간단히 답을 하자면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샴페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8세기였지만 활발하게 생산되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동페리뇽 로제는 1970년대에야 상업화의 길에 들어섰고, 1983년이 되어서야 크뤼그 로제가 출시됐다.

대부분의 로제 샴페인은 샴페인 원액에 피노 누아르 와인을 섞어 만든다. 레드 와인용 포도를 압착해 장미 빛깔을 얻은 후 재빨리 제거하는 세녜(saign´ee)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제조 리스크가 크다. 그러다 보니 이 방식으로 만든 샴페인은 많지 않다. 뒤발르루아사의 뒤발르루아 로제 드 세녜는 이름에까지 이 방식을 등장시킬 정도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로제 샴페인은 일반 샴페인처럼 피노 누아르, 샤르도네, 피노 뫼니에를 섞거나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만을 이용해 만든다. 하지만 같은 샴페인이라도 로제 샴페인은 피노 누아르 비율이 높다. 아주 드물지만 샤르도네만으로 만든 샴페인에 레드 와인을 첨가해 만든 로제 샴페인도 있긴 하다. 하지만 로제 샴페인이 주는 충실한 보디감과 복합성을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로제가 되었든 일반 샴페인이 되었든 샴페인의 오픈법은 잘 알아두는 게 좋다. 영화에서도 김옥빈은 참으로 위태롭게 샴페인을 연다. 뒤늦은 훈수를 두자면, 한손은 코르크 마개를 잘 잡고 다른 한손은 45도 정도로 기울인 병을 붙잡은 후 이 둘을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면 안전하게 샴페인을 열 수 있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 크리스탈 로제 2002

로랑 페리에사의 ‘그랑 시에클 알렉상드라 로제’와 함께 세녜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로제 샴페인. 피노 누아르 70%, 샤르도네 30%로 블렌딩했다. 크리스탈이 나온 지 100년 후인 1977년에 출시되었다. 이 2002년산은 가장 최근의 빈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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