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특별기획/2009 Best Marketing]KT ‘Q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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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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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가면 개고생’ 파격적 카피로 인지도 1등

티저-입소문 광고에 직원들 집에도 현수막
‘쇼’ 마케팅의 70% 비용… 파급력은 상상초월

KT는 쿡 마케팅을 본격화하기 전 직원들에게 쿡과 관련한 현수막을 나눠주고, 직원들의 집에 현수막을 붙인 사진을 사내
포털에 올리게 했다.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설득하는 내부 브랜딩에 주력한 덕에 KT는 마케팅 효과 향상과 조직 분위기 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사진 제공 KT
KT는 쿡 마케팅을 본격화하기 전 직원들에게 쿡과 관련한 현수막을 나눠주고, 직원들의 집에 현수막을 붙인 사진을 사내 포털에 올리게 했다.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설득하는 내부 브랜딩에 주력한 덕에 KT는 마케팅 효과 향상과 조직 분위기 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사진 제공 KT
2009년 3월 20일 한 인터넷 포털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경기 성남시 KT 본사 사옥 옥상에 ‘쿡(QOOK)’이라고 적힌 빨간색 대형 현수막이 있었다. 쿡은 단숨에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고 나흘 동안 이 사진을 본 사람은 무려 540만 명에 달했다.

며칠 후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파격적 카피의 TV 광고가 등장했다. 광고는 아무런 설명 없이 ‘집 나가면 개고생’과 ‘집에서는 QOOK’이라는 문구만 반복했다.

이는 KT가 유선통신 통합 브랜드 쿡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티저광고(회사명과 상품명을 일부러 밝히지 않아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였다. 사실 티저광고는 실패 위험이 높다. 실제 과거 많은 기업이 티저광고를 시도했지만 고객들의 짜증만 유발했다.

하지만 쿡은 달랐다. 전문가들로부터 올해 최고의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혔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단기 파급력, 혁신성, 아이디어의 기발함 등 주요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쿡은 기존 마케팅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었을까.

○ 고객들 자발적 참여 유도

KT는 티저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고객들이 광고와 관련한 경험담을 올릴 수 있는 브랜드 사이트부터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개고생’이나 ‘쿡’을 키워드로 검색한 고객들을 자연스레 이 사이트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쿡의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한 신훈주 KT 통합이미지 담당 팀장은 비교적 젊은층 고객들에게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티저 및 입소문 마케팅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고생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쿡이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고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온라인 사이트를 먼저 준비해 티저광고에 대한 고객의 부정적 반응을 상쇄했습니다. 단순히 고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호기심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다양한 계층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이 사이트에 접속한 누리꾼들은 ‘공부 못하면 개고생’이라는 식의 기발한 체험담을 속속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광고를 패러디해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홍보했다. 고객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는 신세대 소비자들의 성향을 최대한 이용한 셈이다.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덕에 마케팅 비용도 훨씬 줄일 수 있었다. KT가 쿡 마케팅에 쓴 비용은 KTF가 2년 전 출범시킨 ‘쇼’의 70% 수준이다. 효과적인 온·오프라인 연계전략으로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을 실현했다.

○ 내부 마케팅의 중요성

“고객을 설득하기 전 자사 직원부터 설득하라.” 세계적 PR 컨설팅사인 에델만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에델만의 말이다. 직원조차 신봉하지 않는 브랜드에 충성할 고객은 없다. 이 점을 잘 포착한 KT는 외부 마케팅 못지않게 내부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KT는 쿡 출범에 맞춰 3만8000명의 직원에게 ‘집에서 ㅋㅋ QOOK’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나눠줬다. 직원들이 자신의 집에 현수막을 붙인 사진을 사내 포털에 올리게 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얼핏 장난스럽게 보이는 이벤트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는 열광적이었다. 일부 직원은 자신의 집은 물론이고 야구장과 골프장에도 현수막을 달았다. 심지어 자동차에 현수막을 달고 ‘카퍼레이드’를 벌인 직원도 있었다. 이벤트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2500여 건의 기발한 사진이 사내 포털에 올라왔다. 또 여름 휴가철에는 전 직원에게 유선 브랜드 쿡과 무선 브랜드 쇼가 바닥에 새겨진 슬리퍼를 나눠줬다. 휴가지에서 직원들이 걸음을 뗄 때마다 새겨지는 로고가 피서객들의 관심을 끌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수막 이벤트 등은 주인의식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획일적인 사내교육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효과를 거뒀다. 직원들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스스로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쿡의 자유롭고 즐거운 이미지가 KT의 고루한 공기업 이미지를 없애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는 쿡 마케팅 담당자들이 정확하게 노렸던 사항이다. 올해 초 KT는 KTF와의 합병을 계기로 회사의 이미지를 젊게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KT 마케팅팀은 이런 맥락에서 쿡이란 혁신적인 이름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쿡과 관련한 마케팅 활동은 ‘정체된 공룡 KT’란 이미지를 깨는 데 도움이 됐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오범용 딜로이트컨설팅 매니저 bumoh@deloitte.com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정지용(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박진영(22·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인턴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 이 기획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7호(2009년 12월 15일자)와 홈페이지(www.dongabiz.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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