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KOTRA가 발로 뒤져 찾아낸 지구촌 ‘숨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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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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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블루슈머 / KOTRA 지음 / 320쪽·1만4800원·청림출판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질 때마다 샌드위치론이 나왔다. 이웃 중국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싸고 일본에 비해서는 품질이 떨어져 한국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이 있는 한 우리 제조업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것인가.

KOTRA의 조환익 사장은 샌드위치론을 뒤집으면 우리 제조업의 강점이 보인다는 역(逆)샌드위치론을 폈다. 중국에 비해서는 품질이 우수하고 일본 제품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한국 제품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위기 아래서 일본의 엔고(高)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바람에 우리 수출이 작년보다 줄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환율 덕택을 본 점도 있지만 경제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칭찬을 받는 게 모두 환율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은 역샌드위치론을 주장한 조환익 사장이 이끄는 KOTRA, 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저자다. 세계 70개국에 100개의 코리아비즈니스센터를 두고 있는 KOTRA가 현지에서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1962년 무역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KOTRA 조직은 방대하다. 우리나라 외교관보다 더 여러 나라에 진출해 우리 기업의 무역활동을 돕고 있다. 외교 관계가 없는 곳까지 찾아가 지구촌 곳곳 경제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모으고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대한 조직의 KOTRA가 해외 비즈니스 정보를 책으로 냈다니 얼마나 발 빠른 정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책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KOTRA는 작은 규모지만 경쟁이 거의 없고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을 ‘블루슈머 시장’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블루슈머 시장을 기업들이 찾아내 잘 다듬으면 훌륭한 보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인형을 블루슈머 시장의 사례로 꼽는다. 흰 피부에 푸른 눈과 금발 머리칼을 가진 보통 인형이 아니라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색 눈동자,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인형이다. 미국 사회에 주류 세력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 출신 미국인)의 모습이다. 이 인형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백인 문화에 주눅 들어 있던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그해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이 책이 2010년의 트렌드로 제시한 키워드는 여자 싱글 웰빙 실버세대 등이다. 날씨, 이국적 정서, 종교 등 새로운 영역들도 등장한다. 구체적으로는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이슬람 여성의 화려한 히잡패션, 몸짱 열풍에 휩싸인 인도의 채식주의자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오락 식사 쇼핑하는 일본의 스고모리족,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하고 여행을 다니는 일본 실버세대, 애완동물에게 럭셔리 패션을 선사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등 새로운 블루슈머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수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예비 비즈니스맨에게 귀중한 비즈니스 정보가 될 것이다. 무역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여러 나라의 비즈니스 풍습과 새로운 경향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레스토랑 가면 왜 창가부터 찾을까
본능의 경제학 / 비키 쿤켈 지음·박혜원 옮김 / 328쪽·1만3900원·사이

저자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예쁜 여성들보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이 더 많다”면서 “우리는 무의식 중에 고위직일수록 남성적 성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예쁜 여성은 성격도 여성스럽다고 지각하기 때문에 그런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라고 이유를 제시한다. 사회인류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저자가 일상을 통해 인간의 본능을 파헤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창가 자리나 칸막이 좌석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최소한 한쪽 면이라도 보호되는 공간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을 본능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시청자의 ‘심리적 현장감’ 덕분이다. 마치 자신이 그 현장에 있는 듯 느끼는 것으로, 출연자들이 일반인이어서 감정이입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사람들의 본능을 자극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성공하기, 이솝에게 묻다
일개미의 반란 / 정진호 지음·오금택 그림 / 288쪽·1만2000원·21세기북스

직장에서 나를 괴롭혀온 상사가 있다. 복수를 노리던 중 기회가 왔다. 상사가 코너에 몰렸고 내가 발로 차주기만 하면 그는 조직에서 끝이다. 가만히 놔둬도 상사의 운명은 결정돼 있는데 내 손에 피를 묻혀야 할까. 이솝에게 지혜를 구했다.

‘한 농부가 자신의 송아지를 잡아간 여우를 잡았다. 농부는 복수를 위해 여우 꼬리에 기름을 묻힌 밧줄을 묶은 뒤 불을 붙였다. 여우는 뜨거워 날뛰다가 농부의 밭으로 들어갔다. 불이 밭의 곡식에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곡식은 타버렸고 여우도 곡식과 함께 불에 타 죽었다. 농부는 이를 보고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이솝우화 가운데 하나로, 복수를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연구위원인 저자는 이솝우화를 토대로 처세에 관한 글을 썼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 연재한 ‘직장인이 꼭 읽어야 할 이솝 이야기’ 가운데 반응이 좋았던 65편을 책으로 엮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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