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어 스페인도 신용등급전망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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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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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과다지출한 10여개국
부도 위험국으로 몰려
유럽 증시 연일 하락세로

두바이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국가부도 공포가 재정위기를 촉매제로 해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부터 잇달아 ‘위험국가’로 지목된 나라들은 일제히 신용위험이 커지고 주가와 화폐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정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고장을 받은 나라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해 10여 개국에 이른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9일(현지 시간) 재정불안을 이유로 스페인의 투자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신용평가회사들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유럽 증시는 이 충격 때문에 7일부터 3일 연속 하락했다.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4번째로 큰 스페인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스나 두바이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 많다. 스페인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집행하면서 집값 하락과 금융 불안을 막았지만 정부의 과다 지출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다한 사회보장과 두 자릿수 실업률에도 높게 유지되는 임금수준이 스페인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인 GDP의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하는 일본도 8일 7조2000억 엔에 이르는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역시 올 회계연도에 1조4000억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4590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 액수로 미국은 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천억 달러 단위의 적자를 내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정적자 감축에 실패한다면 2013년쯤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글로벌 재정위기는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직후부터 익히 예상됐던 바다. 위기 탈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편 각국 정부는 그 반대급부로 감당하지 못할 막대한 빚을 지게 됐다. 이 같은 채무는 결국 후손들이 떠안아야 하므로 글로벌 경제가 당장은 위기 수습에 성공해도 길고 고된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위기의 전염 속도도 무척 빠른 편이다.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진 9일 외환시장에선 멕시코 페소화 등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함께 급락했다. 멕시코도 지난달 말 재정불안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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