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한국 안착, 현대차는 日서 철수…‘극과 극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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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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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3가지 패착
①어정쩡한 차종 선정
②잘못된 마케팅 전략
③브랜드-영업망 열세

현대자동차의 일본 현지법인인 ‘현대모터저팬’과 도요타의 한국법인인 ‘한국토요타’는 둘 다 설립연도가 2000년이다. 그러나 같은 해 상대방의 ‘안방 시장’에 들어간 두 회사의 성적표는 9년 뒤 극명하게 달랐다. 도요타는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성공에 이어 대중지향적인 도요타 브랜드까지 올해 안착하는 기세인 반면 현대차는 한 달에 100대도 못 파는 치욕적인 실적 끝에 27일 일본에서 승용차 부문 철수를 선언했다.

○ “현대차, 시장 분석 소홀히 했다”

2000년 당시 현대차에 일본 시장이나 도요타에 한국 시장은 모두 뚫기가 쉽지 않았다. 두 나라는 모두 수입차 시장 규모가 작고 폐쇄적인 데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롭고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의 제품 특성과 성격도 서로 겹치는 데가 많다.

2000년 당시 현대차를 도요타와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현대차는 가격 면에서 유리했고 도요타는 ‘반일 감정’이라는 핸디캡이 있었다. 상대국 시장을 뚫어야 하는 필요성 측면에서는 현대차가 훨씬 더 절박했다. ‘일류 메이커가 되려면 자동차 강국 일본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성공하고 현대차는 그러지 못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브랜드 경쟁력, 마케팅 전략, 준비 정도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29일 “일본에서 현대차는 기업 브랜드로도, 국가 브랜드로도 덕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에서의 우세로도 브랜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에서 소비자 인식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많다. 일본의 자동차시장은 한국에 비해 경차 비중이 훨씬 높고 수입차 시장은 럭셔리 모델 위주로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밀리는 현대차가 값싸고 품질 좋은 소형차를 먼저 내 소비자 인식을 바꾼 뒤 중대형차로 옮겨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차는 일본에서 판매 첫해인 2001년부터 일본 시장에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와 ‘그랜저XG’ ‘싼타페’ ‘트라제XG’ 등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차를 함께 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이면도로가 많고 주차장이 작아 교통 인프라나 자동차문화가 한국과 완전히 다른데 현대차가 시장 분석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도요타, 계산된 마케팅으로 공략

반면 도요타는 계산된 마케팅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일본색’이 약하고 고급 이미지인 렉서스 차종들을 유럽의 고급차와 국산 대형차 사이의 가격대에서 판매해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으며, 철저한 사전 조사 끝에 대중차인 도요타 차량들을 9년이 지난 올해에야 내놨다. 도요타 측은 렉서스와 도요타 브랜드를 출시하기 전 각각 3년가량 한국 시장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에서도 도요타는 도요타 브랜드를 내며 한국 최대의 수입차 매장을 여는 등 진출에 앞서 딜러망과 서비스 체제 확충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지법인 설립 첫해부터 지적된 유통망 미비의 문제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현대차가 일본 전역이 아니라 일부 지역을 목표로 해서 판매에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결과론이지만 일본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은 것이 현대차가 품질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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