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물성 사료 안먹이면 광우병 발생 가능 희박한데…국민오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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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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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26% “아니다” 36%

■식품안전 국민의식 조사… 광우병 오해 여전


주부 김영아 씨(39·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지난해 광우병 파동 이후 미국산 쇠고기를 사본 적이 없다. 주로 한우를 구입하고 한우가 너무 비싸면 가끔 호주산을 구입하곤 한다. 김 씨는 “미국산 쇠고기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든다”며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광우병 파동이 사그라든 지 1년이 넘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광우병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식품안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실시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품안전 관련 보도를 봤을 때 ‘불안하다’는 응답이 87.4%였다.

○ 광우병에 대한 이해 아직 낮아

응답자 다수는 광우병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광우병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광우병에 관심이 많다’는 문항에 ‘그렇다’는 답은 전체의 62.1%였고, ‘광우병에 대해 잘 알고 있다’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34.5%로 ‘아니다’(29.4%)보다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광우병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광우병 위험통제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유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대해 조사 대상의 18.4%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부정적인 답은 46.0%였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광우병이 발생했더라도 위험물질의 유통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에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준다.

광우병 쇠고기 등 위해식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검역과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철저한 검역을 하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국내로 수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에 긍정하는 답은 21.1%에 불과했고, 부정하는 응답은 47.8%였다. ‘원산지표시제 등으로 국산과 수입품이 구분돼 있어 광우병 쇠고기를 구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에는 16.5%만 동의한 반면 46.8%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 “믿고 따를 정보가 부족하다”

광우병뿐 아니라 일반적인 식품안전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았다. ‘농축산물 구매 시 우려하는 점’으로 응답자들은 △잔류농약(58.1%) △중금속(22.5%) △세균(9.5%) △기생충(4.6%) △이물질(4.5%) 등을 들었다. 하지만 식품안전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잔류농약이 아니라 세균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식품안전에 관해 국민이 믿을 만한 정보원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였다.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정보원은 ‘전문가와 연구인’이었지만 전문가 집단이 실제로는 정보원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안전 정보를 얻는 정보원의 순위는 △TV(85.4%) △주변 사람(39.0%) △인터넷(29.8%) △신문(28.3%·이상 복수응답) 등의 순이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식품안전 분야에서 전문가를 키워야 국민에게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 성과를 위한 정책 연구에 집중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근본적 궁금증을 풀어줄 기초 과학 연구를 중시해야 한다고 학계는 강조한다.

○ 정부 식품안전 제도의 현주소

정부의 식품안전정책에 대한 이해부족도 불신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 이력 추적제’ 등 주요 식품안전정책 8가지 가운데 4가지는 ‘모른다’는 사람이 ‘안다’는 사람보다 많았다. 홍보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6개월 동안 식품안전 제도에 관한 홍보를 본 적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없다’는 응답이 71.4%였다.

전문가들은 일방적 ‘홍보’가 아닌 ‘소통’을 강조했다. 곽노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학자들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봐야 불안감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걱정하는 부분을 검증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이 식품안전 정보를 전달할 때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에 논란을 일으킨 ‘쓰레기 만두’ 같은 용어는 정서적으로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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