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국 車업계, 품질 향상만으론 세계 일류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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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 美 국제경영학회 최우수 논문상 수상 주우진 서울대 교수

주우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 자동차업체가 세계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부품업체와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 자동차업체가 세계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부품업체와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 향상만으로는 세계 일류 자동차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자동차 회사가 진정한 세계 일류가 되려면 명품 마케팅, 부품 업체와의 상생관계 정착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최초로 미국 국제경영학회 ‘JIBS 데케이드 어워드’ 최우수 논문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대 주우진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의 충고다. 주 교수는 국제경영학회지(JIBS·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에 실린 논문 가운데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을 저술한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주 교수는 2000년 미국 브리검영대 제프리 다이어 교수와 ‘기업 간 신뢰 구축의 영향 변수에 관한 연구: 한미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공저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논문은 일본 자동차업체, 특히 도요타자동차의 성공 비결이 부품업체와의 상생에 있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부분 학자들은 도요타의 엄격한 품질관리, 장인정신, 평생 고용제도 등에만 주목했기에 주 교수 논문의 반향은 더욱 컸다.

―부품업체와의 상생이라는 화두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까.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어떤 제품과 산업에서건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기업군 대 기업군’의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 신뢰 구축이 낳는 경제적 이점을 분석했습니다. 부품업체와 좋은 관계가 형성되면 계약 시 복잡한 문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업무 효율성이 향상됩니다. 또 정보 공유를 통해 품질 개선이나 원가 절감 등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빨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부품업체와의 상생은 과거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합니다. 당시 미 부품업체들 사이에서 ‘도요타와 5년 거래하니 20∼30년 거래한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보다 더 돈독한 관계가 맺어진다’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일본 자동차업체가 무서운 기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 가전제품이 들어왔을 때, 한국 시장이 초토화될 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당시 삼성, LG, 대우 가전 3사가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 이를 방어했습니다. 출장 수리를 도입하는 식으로 국내 업체만이 할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한국 자동차업체가 세계 최고 브랜드로 도약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이뤄냈으니 이제 브랜드에 집중해야죠. 브랜드 가치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고 높아지지 않습니다. 일단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에 출전해야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전 세계 매장도 고급스럽게 꾸며야 합니다. 강남의 외제차 전시장에 가보세요. 3000cc급 이하 자동차는 외관 면에서 국내 자동차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매장의 차이가 고급차와 중급차를 가르는 거죠. 물론 포뮬러 원 출전과 매장 투자에는 수조 원대의 돈이 듭니다. 단기에 가시적 효과를 얻고 싶다면 패션 명품업체들의 스타 마케팅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 같은 인물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다면 고급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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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의 리더십/혁신파 周 선왕도 자만심엔 졌다

환주(周)나라 선왕(宣王)은 우여곡절과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았다. 선왕은 주나라의 중흥을 위해서는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해 대거 포진시켰고, 군대를 가다듬어 주변 강국과 소수 민족들을 평정해나갔다. 그러나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향락에 몸을 맡기고 정무를 게을리 했다. 결국 3년 뒤 선왕은 살해되고 말았다. 리더들의 자만(自滿)은 십중팔구 자만(自慢)을 불러오고 끝내는 자멸(自滅)로 이어진다.

▼‘모멘텀 효과’의 석학 장 클로드 라레슈 교수 인터뷰/“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져라. 제품이 스스로 팔리게 할 수 있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Harvard Business Review/핵심은 사람이다, 합병 성공의 길도…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퍼블리시스그룹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사치&사치를 인수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거꾸로 사치&사치의 경영 철학과 운영 체계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했다. 바로 주객이 전도된 합병이다. 합병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점령군을 파견하는 정복자처럼 굴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 역할을 하며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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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의 36만 달러보다 배 이상 증가한 77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 자금을 받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 업계가 자사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게 과연 온당할까? 월가 투자은행의 보상 체계는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이익보다는 자신의 단기 보너스를 더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에 투자은행 직원들은 공적 자금 투입 여부에 상관없이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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