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年270조 지하경제, 양지로 끌어낸다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탈루세액 추적 새 시스템 내년 5월부터 운용
국세청 “반만 줄여도 세금 年20조 더 걷혀”

국세청이 연간 270조 원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소득에 비해 지출이 과도한 납세자들을 가려낸 뒤 이들의 탈루세액을 추적하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세무조사를 해야만 알아낼 수 있는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법인 등의 지출 내용을 상시적으로 파악하는 체제를 갖춰 지하경제 활동에도 국가의 정당한 과세권(課稅權)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2일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에 20%의 조세부담률을 적용하면 50조 원이 넘는 추가 세수(稅收) 확보가 가능하고, 지하경제를 절반만 줄여도 20조 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개인의 소득과 지출 규모를 파악하는 ‘인별 과세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23조 원으로 국회예산정책처 등은 지하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7.6%로 추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 뒤 유효성 검증을 거쳐 이르면 내년 5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라며 “일차적으로 고소득 자영업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이 그 대상이며 장기적으로 법인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개인과 그 가족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매입 기록 △저축 규모 △현금영수증 사용 명세 등 파악 가능한 지출 정보를 활용해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몇 년에 걸쳐 신고소득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지출을 한 개인이나 법인의 경우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것으로 분류돼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서만 확인됐던 소득과 지출 비교를 전산으로 일괄 파악하게 되면 숨겨진 소득에 대한 세금 징수가 가능해져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 정보를 토대로 납세신고의 성실도를 따져 세금탈루 의혹이 있는 개인과 법인을 선별해 왔다. 개인의 경우 30∼40개 항목에서 소득액 등의 신고 내용과 업종 평균 등을 비교해 큰 차이가 없으면 지출 규모와 상관없이 통상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당국이 과세권을 무기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기부양책을 펴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추가 세원 발굴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주요국들도 세수 확충을 염두에 두고 올해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잇달아 시행하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업종별 전담반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이날 “고소득 자영업자 분야 등에 전담직원을 지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