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분당-일산 고교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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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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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이후 3개월 변동 조사
매매 7.7%-전세 4.6% 차이

기자의 지인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내놓고 급하게 1억 원을 대출 받아 서울 강남 근처에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용산구의 132m²(40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분이 이사를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때문입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딸의 친구들이 모두 강남 근처로 이사를 가면서 혼자 남은 딸이 “학교에 가기 싫다”며 매일 같이 친구들 사는 곳 근처로 이사를 가자고 하는 통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겁니다. 이분은 “아무리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해도 쾌적한 환경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을 보니 강남 집값이 왜 안 떨어지는지 알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최근 연세대 경제학과 한순구 김태환 교수는 ‘한국의 집값에 학교의 질이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근에 우수한 고등학교가 있는 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아파트보다 매매가격은 7.7%, 전세금은 4.6%가량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교수는 2001년 12월∼2002년 2월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지역의 아파트 가격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이 시기는 2000년 말 정부가 그동안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분당과 일산에 평준화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고 2001년 7월 말 경기도교육청이 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 방안을 내놓은 뒤 첫 겨울방학이었습니다.

당시 성남에서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았던 학교는 서현고, 일산에서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았던 학교는 백석고였습니다. 이들 고등학교와 가까워 배정 확률이 높다고 여겨졌던 아파트 100∼110m²(30∼33평형)는 석 달 동안 평균 1500만 원가량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반면 이들 학교에서 거리가 먼 아파트는 가격 상승폭이 미미했습니다. 논문은 이러한 학군별 아파트 가격 변동률에서 일반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배제하고 학군 영향만을 통계식을 통해 산출했습니다.

이 수치에 대해 학자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연구를 진행한 두 경제학자는 학교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7.7%)에 맞먹는 수치로 나온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연구 결과보다 훨씬 높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수 학군과 부동산 가격의 연관성은 앞으로도 학계의 ‘뜨거운’ 연구 아이템이 될 것 같습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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