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급하면 체하는 법… 한발 후퇴도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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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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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한때 정부가 내세웠던 슬로건처럼 ‘다이내믹 코리아’다. 한국인의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한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몇 개월 만에 수십 % 상승한다. 그러다 또 금방 맥이 빠져 몇 개월을 쉰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큰 위기를 겪은 다음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해졌고 동시에 경기순환주기가 더 빨라진 것이 원인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4년간의 증시 통계를 살펴보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1980년대나 1990년대는 증시가 몇 년간 꾸준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였다. 예를 들면 1985∼1988년 4년간은 14%, 66%, 92%, 72%의 엄청난 속도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연속으로 하락했다. 또 1992∼1994년도 11%, 27%, 18%로 지속적으로 오르다 이후 3년간은 계속 떨어졌다. 즉 이 기간에는 상승과 하락이 한 방향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한 1999년 이후엔 해마다 상승과 휴식 혹은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묘하게도 홀수 해에 증시가 좋고 짝수 해에 부진하다. 1999년에 82% 상승했다 2000년에 50% 하락, 2001년 37% 오르다 이듬해에 9.5% 떨어졌다. 이후로도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서 2007년 32% 상승, 2008년 40% 감소 뒤 2009년은 지금까지 약 38% 올랐다. 특히 올해는 저점과 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61%나 폭등했다.

그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손실이 났던 국내 투자자산은 거의 복구됐다. 위기가 발생한 지 1년 만에 이 정도 반등을 한 것은 정부의 통화·재정정책 그리고 기업들의 강한 복원력이 주효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오르고 상승을 견인했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진돼 가는 형국이다. 이참에 당분간 쉬어 가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단기간에 급락한 환율이나 제법 많이 오른 원자재 가격도 견제를 받아야 하고 경기회복보다 더 빠르게 상승해 불안정하게 보이는 증시도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때까지 일정 수준을 다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시장이 너무 급하게 오르는 바람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신규 투자자들이 차분하게 다음 행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장기적으로 고무적이다.

물론 내년에 지난 10년간 반복해 왔던 홀짝의 흐름이 되풀이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의 패턴이 깨어지는 ‘다음 10년’의 원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올해 너무 뾰족하게 상승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급하면 체하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지금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너그럽게 봐야 할 때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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