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만드는 삼성전자깵 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8일 23시 38분


코멘트
삼성전자가 종이를 만들어 팔고 있다. 전자종이가 아닌 프린터용 종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가 종이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18일 "올 6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다"며 "삼성전자 프린터에 최적화된 종이로 프린팅의 질을 높이고 프린터 수명이 오래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완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프린팅 토탈 솔루션의 개념으로 종이를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삼성Paper'란 이름이 붙은 이 종이는 일반 소비자도 살 수 있다.
제품 판매와 함께 서비스나 솔루션도 제공하는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또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라 불리는 이 사업방식은 제품 제조만으로는 더 이상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LG전자는 아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부서를 따로 만들었다. 남용 부회장의 지시로 올해 초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를 새로 만든 것. 이 사업 본부는 호텔, 병원,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B2B용 디스플레이, 텔레매틱스와 오디오 등 미래형 자동차를 위한 차량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보안 설비 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LG전자의 강점인 디스플레이가 통합 솔루션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는 "휴대전화와 TV 등 제품만 만들어서는 미래가 없다"는 향후 사업전략의 고민이 들어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인포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공공장소에 대형 디스플레이 하드웨어를 판매한 뒤 컨텐츠 제공, 광고운영 등을 통해 추가로 수익을 내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주로 만들어 파는 SK에너지는 지난달 베트남 최초의 정유공장인 '중 ¤'을 운영하고 있는 BSR 사와 공장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SK에너지는 2014년까지 5년 동안 이 정유공장의 운전 및 설비의 유지보수 등 공장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공장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이번 계약을 통해 7800만 달러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정유공장을 현지에 직접 건설하는데 대한 각국 정부의 허가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정유공장 운영이라는 서비스 수출로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조업이 가장 낮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스마일 커브' 등의 이론에 따라 한국의 대기업 등 많은 제조업체들이 고심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제품은 전체 솔루션의 구성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면 전체 '가치사슬'을 기업이 관장할 수 있어 더 많은 이윤을 더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M이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으로, 노키아가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제품의 차별화가 힘들어짐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방편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며 "산업단계의 고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