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캐리’ 자금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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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로 달러를 빌려 고금리인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속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다. 통상 연방금리로 통칭하는 미국의 정책금리는 기준금리와 재할인금리 두 가지다. 전자는 은행 간 거래의 기준금리이고 후자는 연방정부가 은행에 대출하는 금리다. 즉 은행들이 다른 은행 또는 연방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금리가 연방금리라는 뜻이다.

은행들은 주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통화조절기능이 작동하는 원리다. 하지만 시중의 자금 수요가 커 은행이 매기는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은행은 그 차익을 챙기게 된다. 이는 제때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정부가 은행들에 공짜 점심을 사는 것과 같은 결과다. 공짜 점심의 비용은 통화가치의 하락과 물가인상으로 피해를 본 국민이 치르게 된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도 이런 공짜 점심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기지 시장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뒤 대출채권을 주택융자기관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계속 대출을 해준다. 다른 한편으로 주택융자기관들은 대출채권을 투자회사나 펀드 등에 매각해 융자자금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거래비용이 늘어나 모기지 금리는 계속 상승한다. 그런데 내년부터 상당수의 ‘알트에이(Alt-A)’라 불리는 중간등급 모기지 대출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와 함께 겨우 안정을 유지하던 모기지 금리가 내년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를 잘 아는 투자자들은 모기지 금리 안정을 위해 미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쉽사리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속되는 달러화 약세엔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우량대출자들이나 일반 납세자들은 저금리의 피해를 봐야 한다는 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들 중엔 조만간 달러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결국 두 전망 중 하나가 맞겠지만 사람들이 지금처럼 저금리로 달러를 마음껏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밀물처럼 밀려들던 ‘달러캐리’ 자금은 다시 썰물이 되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금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다시 뒤흔드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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