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유동성 장세서 ‘대중의 노예’가 되지 말라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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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처음엔 늘 사람들의 의심을 받으며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모든 이를 확신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뒤 홀연히 꺾이고 만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온갖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보다 오히려 시장의 심리적 변화를 잘 읽고 이를 역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투자를 실패로 이끄는 요인은 지식의 결핍보다는 스스로를 옥죄는 불안과 초조,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유약함, 비이성적 판단에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늘 도발적으로 바뀌는 데 비해 우리는 스스로를 고정관념에 묶어둔다. ‘예전에 이랬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될 거야’라는 식의 경험적 함정에 빠지는가 하면 ‘모두가 이렇게 보는데 어떻게 나만 다르겠어’라는 식으로 대중의 노예가 돼버린다.

그렇다면 요동치는 증시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데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의 기억이나 사고방식을 백지 상태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도 드물었지만 위기 발발 이후 사태의 전개를 제대로 조망한 사람 또한 드물었다. 그만큼 지금 펼쳐지는 일련의 상황은 역사적으로 워낙 판이한 배경에서 새롭게 터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상식을 무력화하거나 예측을 엇나가게 만들 소지가 크다.

지금 선진국의 수많은 금융회사는 아직도 속으로 멍들어 있고 가계는 가계대로 적지 않은 빚을 떠안고 있다. 이 문제를 풀려고 중앙은행은 엄청난 금액의 민간 금융회사 채권을 사줬고 정부는 상당량의 국채를 찍어 경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악재와 사상 유례없는 호재가 맞붙어 예측불허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쪽의 힘이 더 우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모든 이가 믿고 있는 보편적 상식에도 반드시 오류와 함정이 있는 법이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모든 위기 상황이 끝났다는 안도감도 조심해야 하지만 반대로 이번 상황이 시장과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 또한 경계해야 한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 재정의 힘, 저금리의 마력, 생존한 금융회사들의 저력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지금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의 심리적인 쏠림에 같이 휩쓸리지 말고 여기서 벗어나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절대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또한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에 쉽게 동조해서도 안 된다. 이번 유동성 장세에서 주가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앞서 움직일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누구나 다 아는 뒤늦은 증거(지식)보다는 대다수의 생각과 떨어져 있는 직관(지혜)에 기대야 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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