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뒤늦은 선진국지수 편입, 흥분할 일 아니다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8분


코멘트
다음 주부터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포함된다. 6·25전쟁 직후 개장한 한국 증시가 50년이 넘어 겨우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것이다. 증권 전문가나 각종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보나 상장된 기업들의 산업군을 봐도 선진국 중에서 한국처럼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고 있는 증시는 흔치 않다. 또 선물과 옵션시장 거래량에서도 세계 2위다. 채권시장도 이미 선진국 시장과 대등한 수준이고 자본시장을 뒷받침하는 회계시스템이나 법률도 미국 못지않게 준비되어 있다. 오히려 그리스나 포르투갈, 심지어 잦은 테러가 발생하는 이스라엘보다도 늦게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심사가 불편하다. 아시아에서도 한국보다 규모가 작은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한참 늦게 편입되었다.

물론 파이낸셜타임스 나름대로의 심사 기준이 있다. 우선 원화는 국제화폐가 아니다. 또 1인당 GDP도 선진국 대열에 끼기에는 거리가 있다. 여기에 북한 문제가 남아있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선진국보다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외국인 시각에서 본다면 국제화 수준이 미흡하다고 느낀다.

아무튼 뒤늦게라도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것은 한국의 브랜드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투자자금 유치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실속 있는 장사만은 아니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FTSE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하지만 선진국지수로 가면 비중이 1.75% 정도다.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투자가는 비중이 큰 한국 증시를 편입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비중이 워낙 작아 편입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잘못하다간 신흥국지수를 따라다니는 투자가만 한국 주식을 팔고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돈은 한국 주식을 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올해 들어 외국인이 매수한 22조 원을 감안하면 추가로 유입될 돈은 기대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투자란 것은 얻을 게 있을 때 들어오는 것이다. 환율이 강해지고 기업들의 이익이 생각보다 증가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흥분할 일이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지켜볼 따름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