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듀퐁폰’으로 명품전화 시장 노크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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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도위기에 몰렸던 팬택이 명품 전략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회사가 21일 에스티듀퐁과 손잡고 선보인 명품 휴대전화 ‘듀퐁폰(IM-U510LE)’의 모습. 듀퐁 라이터 뚜껑을 열었을 때의 모습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전영한 기자
한때 부도위기에 몰렸던 팬택이 명품 전략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회사가 21일 에스티듀퐁과 손잡고 선보인 명품 휴대전화 ‘듀퐁폰(IM-U510LE)’의 모습. 듀퐁 라이터 뚜껑을 열었을 때의 모습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전영한 기자
佛 액세서리 ‘에스티듀퐁’과 손잡고 고가 신제품 선보여

팬택이 승부수를 띄웠다. 팬택계열은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랑스 액세서리 업체 에스티듀퐁과 함께 개발한 ‘듀퐁폰’을 선보였다. 에스티듀퐁은 고가(高價)의 라이터, 만년필 등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다. 팬택은 LG전자 ‘프라다폰’, 삼성전자 ‘아르마니폰’ 등과 경쟁할 새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와 손을 잡았다.

○ ‘프라다폰’의 흔적

팬택계열 사업부문장 박창진 전무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쟁사의 이른바 ‘명품폰’은 명품 이미지만 빌린 제품이지만 팬택 듀퐁폰은 진정한 명품폰”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제품 기획과 가격 정책, 유통 전략과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위한 모든 전략을 차별화했다는 게 박 전무의 설명이다.

하지만 듀퐁폰이 등장한 과정은 여러모로 프라다폰과 닮았다. LG전자는 2006년 ‘초콜릿폰’이라는 프리미엄 휴대전화를 선보인 뒤 2007년 명품 브랜드를 활용한 ‘프라다폰’으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5위에 머물렀던 LG전자는 2007년 이후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팬택도 올 초 내놓은 ‘큐브릭폰’이 7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하루에 200대 이상 판매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동안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LG전자는 또 LG텔레콤을 통해서만 프라다폰을 팔았다. 일부러 적은 물량만 유통시켜 명품으로서 ‘희소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팬택의 듀퐁폰 역시 SK텔레콤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게다가 3세대(3G) 통신이 보편화된 지금 일부러 2세대(2G) 전용폰으로 만들었다. ‘011’로 시작하는 번호를 바꾸기 싫어 2G폰을 사용하는 30, 40대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다.

○ 위기를 정면 돌파

팬택은 2007년 4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같은 해 3분기(7∼9월)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올해 2분기(4∼6월)까지 8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휴대전화는 각종 정보기술(IT)이 집약된 상품으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이뤄지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라도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한때 노키아와 선두를 다투던 모토로라의 몰락이나 소니에릭손의 부진이 이를 잘 말해준다.

주변 상황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에서 팬택의 가장 큰 구매자인 SK텔레콤이 최근 휴대전화 제조사 SK텔레시스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팬택에서 구입하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팬택이 2005년 SK텔레콤에서 인수한 ‘스카이(SKY)’ 브랜드도 경영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팬택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팬택이 큐브릭폰에 이어 듀퐁폰을 들고 나온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 최근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아이폰’(애플), ‘옴니아’(삼성전자), ‘블랙베리’(RIM), ‘프라다폰’(LG전자)처럼 스마트폰이나 값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휴대전화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중저가에서 고가 명품폰 메이커로 변신하는 팬택의 승부수가 통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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