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뭉칫돈, 부동산으로? 증시로?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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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후 주식형펀드서 5조3955억 순유출 러시
부동산 규제-증시 상승 부담에 대기자금도 늘어

“펀드가 원금을 회복했으니 절반 정도는 환매해서 좋은 예금상품에 드는 것이 어떠세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최근 거래 은행 직원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2007년 펀드 열풍이 불 때 가입을 독려했던 그 직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 씨는 펀드를 해약했다.

코스피가 1,700을 넘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 17일 하루 동안 펀드를 해지한 금액이 4000억 원이 넘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2005년 이후 매년 늘던 주식형 펀드 판매액이 올 들어 처음으로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36조8764억 원에 이르던 주식형 펀드 판매액은 7월 말 현재 134조9484억 원으로 1조9280억 원(1.4%) 줄었다. 펀드를 떠난 돈은 올 들어 크게 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나누어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가파른 증시 상승으로 부동성 대기자금도 꽤 있다.

○마음고생한 판매직원이 환매 독려

“지난해 많은 직원들이 고객을 피해 다녔죠. 상부에 보고는 안 하지만 그런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고객들에게 펀드 환매를 부추기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이 털어놓은 말이다.

국내에 적립식 펀드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은행권은 펀드의 최대 판매처였다. 2007년 은행권의 주식형 펀드 판매액은 무려 42조8667억 원. 2006∼2008년 매년 증권사보다 43∼117%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이들은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렸고 올해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자 고객들에게 해지를 독려하고 있는 것. 펀드 수익률 하락으로 속이 타들어갔던 투자자들의 조바심도 환매 열풍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본격화한 4월 이후 17일까지 순유출액 규모는 5조3955억 원에 이른다.

○환매된 돈의 행방은?

여러 가지 지표로 추정해볼 때 환매된 돈의 일부는 부동산, 일부는 직접투자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1만9542건밖에 안되던 부동산 거래량은 8월 말 현재 5만45건으로 156% 늘었다. 가격도 올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8월 말 현재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9%, 서울지역은 5.2%에 이른다. 또 다른 환매자금은 주식 직접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었다. 직접투자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3월 말 이후 꾸준히 늘어 18일 현재 14조5869억 원이다. 2월 말에는 10조3015억 원이었다.

환매 자금 가운데 일부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로도 유입됐지만 대기 상태의 자금도 많다. 단기성 대기자금인 증권사 CMA 잔액은 19일 현재 39조3604억 원으로 1월 말 34조1051억 원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이재광 리서치본부장은 “늘어난 단기성 대기자금이 일시에 방향을 정해 부동산 또는 주식시장에 몰리면 거품이 생긴다”며 “실물에 거품이 생기면 항상 터지게 돼있고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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