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윈스톰 설계도면도 빼돌렸다”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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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가즈코리아 직원 증언
“감사 나온 러 모그룹 직원, 설계연구소 전산실 출입”

GM대우 출신 연구원들을 통해 기술표준문서와 준중형 승용차 ‘라세티’의 설계도면을 빼내 도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러시아계 자동차 부품회사 타가즈코리아가 GM대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윈스톰’의 설계도면도 빼돌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타가즈코리아가 GM대우의 인력을 조직적으로 빼내오기 위해 한 자동차 설계 용역회사를 중간거점으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타가즈코리아 직원 A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다른 기업의 지적 재산을 도용하는 데 회의를 느꼈다”며 타가즈코리아의 기술 유출 실태를 소상하게 털어놨다.

A 씨는 타가즈코리아가 라세티 외에 GM대우의 다른 차종 설계도면도 입수했다고 말했다.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GM대우 SUV 윈스톰의 섀시와 익스테리어(범퍼 휠 전조등을 비롯한 외장재) 등의 설계도면이 타가즈코리아로 들어갔다는 게 A 씨의 증언이다.

타가즈코리아는 설립 초기에도 대우자동차의 단종된 트럭 ‘바네트’에 장착됐던 엔진을 개량해 삼성상용차의 트럭 ‘야무진’ 차체에 싣는 방식으로 신차를 출시하려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A 씨는 전했다. 바네트는 대우자동차가 일본 닛산자동차와 제휴해 1986∼1992년 시판한 1t 트럭이며, 야무진은 삼성상용차가 1998년 출시한 1t 트럭이다.

A 씨는 타가즈코리아가 GM대우 인력을 어떻게 영입했는지에 대해서도 내막을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타가즈코리아는 2000년 설립된 자동차 설계·생산공정 연구 용역회사인 D테크놀러지를 인력 영입의 중간 고리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타가즈 본사는 기존 조립생산라인의 부품 수입이 불안정해지자 신차를 내놓기 위해 2006년 한국에 타가즈코리아를 설립했다. A 씨에 따르면 D테크놀러지가 그해 두 차례에 걸쳐 GM대우 출신 설계 연구원과 엔지니어 150여 명을 영입했고, 이들은 입사 4개월여 뒤인 12월경 거의 전원이 D테크놀러지를 퇴직하고 타가즈코리아로 이직했다. A 씨는 “GM대우 연구원들이 외국계 회사로 한꺼번에 이직하면 국가정보원 등에서 조사할 것 같아 D테크놀러지를 거치게 하는 편법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D테크놀러지와 타가즈코리아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의 같은 사무실을 썼다”며 “겉에서 보면 호수가 다르지만 사무실 안은 간이 칸막이만 되어 있고 양쪽 사무실에 사장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0일 D테크놀러지의 임원과 통화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A 씨는 또 “모그룹인 러시아 돈인베스트(DI)그룹이 회계감사를 하라고 보낸 임직원들이 회계 업무와 무관하게 설계연구소 전산실에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며 “‘이들이 설계도면과 기술자료를 복사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퍼져 직원들이 크게 반발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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